<朴대통령 ‘改憲’ 전격 제안>권력 나누기냐 연립정부냐… 大選 주자간 셈법 복잡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왼쪽 두 번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녹번동 서북50플러스 캠퍼스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 정국 블랙홀

새누리 주자 대부분 찬성 입장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소극적
“제왕적 대통령제 한계” 공감

‘제3지대론’ 새판짜기 힘 받아
유럽식 연립정부 모색 등
후발 주자들 반전 노릴수도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인 헌법 개정 제안은 제19대 대통령선거를 14개월 앞둔 정치권에 핵폭탄급 파장을 낳고 있다. 여야의 대선전은 10·24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헌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대선주자 간 합종연횡, 제3지대 형성 등 대선판 전체가 요동치면서 대선 결과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우선 내년 대선 구도를 근본부터 흔들 개연성이 크다. 개헌에 대한 찬반,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 개헌의 범위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전선(戰線)이 기존 정당의 경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대권주자들 대부분은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혀 왔으나, 야권의 경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개헌 입장에 따라 대선 구도뿐 아니라 정치 지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놓고도 각 대권주자들은 4년 중임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대권주자들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성향 면에서도 바람직한 권력구조에 대해선 정당별로 일치된 목소리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개헌의 범위를 권력구조 개편에만 맞출지, 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에 걸쳐 ‘1987년 체제 뜯어고치기’에 나서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처럼 복잡다기한 주장이 얽혀 있는 가운데 개헌 논의가 시작된 것은 결국 기존 정당체제의 유동성을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당의 경계를 넘어선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제3지대론’ ‘비패권지대론’ 등 각종 새 판 짜기 시도가 더욱 힘을 받게 된 셈이다.

특히 여야 모두에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넘어서야 한다는 데 공감이 이뤄진 만큼, 유럽식 연립정부를 포함해 새로운 정치 실험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 전 대표 등 ‘선두 그룹’이 아니더라도 반전을 꾀할 계기를 잡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실제 개헌이 언제 이뤄지느냐도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개헌을 마무리한 뒤 내년 대선을 치를 것인지, 내년 대선일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를 것인지에 따라 개헌 논의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 개헌 추진 의사만을 밝혔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내년 4월이 넘으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때문에 개헌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국민투표 시한을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로 제시한 바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개헌이 누구에게, 어느 정파에 유리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어쨌든 개헌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만들어지는 등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