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시간·장소·액수 구체적…“혐의입증 문제없다”

- ‘수첩’ 증거능력은

檢 ‘자신’… 증언들도 확보
성완종 메모때완 상황달라

검찰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확보한 수첩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은 물론 각종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인사, 측근 기업들의 이권개입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 사항을 확인해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지난 6일 구속된 안 전 수석으로부터 확보한 수첩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지시로 자신이 대기업 임원·대표를 만난 일시와 장소는 물론 요구한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수첩 내용을 토대로 안 전 수석을 집중 추궁해 관련 내용을 시인받은 뒤 대기업 총수들을 연이어 소환했다.

안 전 수석은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실시간으로 모두 기록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대기업 총수들을 조사한 만큼 수사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의 증거능력을 위해 박 대통령의 다른 일상적인 지시사항을 공개자료와 대조해 확인한 결과 모두 일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의 독대 전후에 관련 기록을 메모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압수 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도 박 대통령을 수사하는 데 주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전화 내에는 정 전 비서관과 최 씨 사이에 오간 녹음파일이 담겨 있었으며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언급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정치권·대기업 수사에선 사전에 입을 맞춰 증거를 은닉하려는 경우가 많아 수첩 등은 기소 및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로 인정된다. 지난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남긴 메모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성완종 리스트의 경우 정계에 큰 후폭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 경우 ‘이름’과 ‘액수’만 적혀 있는 등 구체성이 없어 법원으로부터 증거로 인정받기 힘들었다.

특히 이번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대해서는 증언까지 더해져 검찰은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메모의 경우에는 공여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최순실 사건 수사에선 검찰이 대기업 총수들을 연이어 소환해 안 전 수석의 수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메모에 이름이 올랐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1심에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녹음파일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