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女裝·男裝 축제, 절경 암석해안… 南海 ‘낭만 1번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 선착장에서 열린 ‘가고 싶은 섬 낭만 낭도 여는 날’ 행사에서 주민들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40여 년 전 사라진 ‘낭도 카니발’을 재현해 보이고 있다. 여자는 남장(男裝), 남자는 여장(女裝)을 했다. 전남도 제공

- 여수 낭도

전남, 섬가꾸기사업 대상 선정
2019년까지 5년간 40억 투입

40년前 사라진 축제 재현 눈길
마을회관, 게스트하우스로 단장
정겨운 옛 포구·마을풍경 한눈

하이킹코스,자전거 타기 제격
500명 수용 ‘폐교숙소’ 짓기로

‘낭만 낭도.’ 전남도가 ‘가고 싶은 섬’ 가꾸기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10개 섬 중 한 곳인 여수시 화정면 낭도(狼島)의 개발 콘셉트다.

도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섬마을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섬’이라는 판단에서 이렇게 정했다. 그 면모를 지난 17일 낭도 선착장에서 열린 ‘가고 싶은 섬 낭만 낭도 여는 날’ 행사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 섬에는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예산으로 지난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5년간 총 40억 원이 지원되는데, 이날 행사는 사업 진행이 본격화됨을 내외에 알리는 신호탄 성격이었다.

이날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서 탄 여객선은 제도,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등 주변 섬을 차례로 들른 뒤 1시간 10분 만에 낭도에 닿았다. 만약 백야도∼낭도 직통 여객선이 있다면 소요시간은 30여 분에 불과할 듯하다. 접근성에 대한 아쉬움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배 안에서 섬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낭도에 관한 얘기는 접근성의 약점을 충분히 상쇄할 만한 매력적인 것들이었다.

가고 싶은 섬 가꾸기 기본계획 수립에 참가한 용역회사의 한 관계자는 “낭도는 섬에서 즐길 수 있는 자원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라며 “소를 이용해 경작하는 농촌 풍경, 돌담, 절벽해안, 암석해안(주상절리), 옛 포구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걸어 섬 정상(해발 280m)에 오르면 여수와 주변 섬, 여자만, 고흥반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며 “‘삼시세끼’체험을 할 만한 마을(규포마을)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강제윤 시인은 “낭도에는 1912년부터 정월 대보름에 달집 태우기를 할 때 전 주민이 남자는 여장(女裝), 여자는 남장(男裝)을 하고 춤을 추며 노는 카니발 전통이 있었지만, 40여 년 전 사라졌다”며 “향후 이 축제를 부활시켜 관광자원화 하면 젊은층을 유인하는 킬러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남녀가 성 역할을 바꾸는 축제는 국내에서 유일했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한때 1000명(현재는 340여 명)이 넘었던 주민들이 평등과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남녀 간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과 주민 등 30여 명이 사라진 옛 축제에 문화예술적 흥취를 가미한 ‘낭도 카니발’을 재현해 눈길을 모았다. 남성 출연진은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여성 출연진은 농부 옷을 입고 나와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면서 거방진 한마당을 연출했다. 가면을 쓰고 축제를 이끈 수장 역할은 소경진(38) 한예종 공연팀장이 직접 맡았다. 소 팀장은 “행사에 쓰인 가면과 풍어를 기원하는 깃발은 주민들이 직접 제작하도록 사전에 지도했다”며 “관광객들에겐 섬 풍경과 마을 인심도 중요하지만 섬만의 독특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한 달 전쯤 학생들과 함께 낭도를 방문, 주민들과 워크숍을 열어 행사 준비를 지도했다.

낭도는 섬의 형세가 여우(狼)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에는 큰 마을인 여산(麗山)마을과 작은 마을인 규포(閨浦)마을 등 2개 마을이 있다. 여산은 섬의 모든 산이 수려하다는 뜻이고, 규포는 마을 모양이 도장처럼 생겼다는 뜻이라고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낭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석양. 낭도=정우천 기자

‘가고 싶은 섬’ 사업 추진으로 기존의 낡은 마을복지회관(지상 3층)은 마을식당(1층)과 게스트하우스(2·3층)로, 옛 매표소는 마을카페로 최근 리모델링됐다. 이날 마을식당에서 선보인 밥상에는 특산물인 군부(연체동물 중 하나)와 주꾸미를 비롯해 서대·조기 등 생선, 나물, 전, 튀김, 바지락국, 시래기 된장국 등이 올랐다. 섬에서 나는 식자재만으로 푸짐한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점은 낭도의 경쟁력인 듯하다. 여기에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젖샘막걸리’가 반주로 곁들여졌다. 행사 참석자 300여 명의 점심 식사를 거뜬히 차려낸 주민들의 표정엔 대규모 관광객도 한꺼번에 맞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스며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옛 포구와 그 너머 마을 풍경은 평화롭고 정겹다. 마을 카페에는 현재 믹스 커피·티백 차를 비치하고 있으나 조만간 원두커피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는 기계도 들여놓는다고 한다.

섬 안의 여러 지역에서 정상인 낭도산(상산)에 오르는 길(총 6㎞)을 개설 또는 정비하는 사업도 최근 시작했다. 한 주민은 “7개의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넘어 산 꼭대기에 오르는 코스도 있다. 가파른 코스가 섞여 있지만 대체로 완만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낭도산 중턱의 따순기미에는 수령 500년의 소나무가 있고, 소나무 앞 바다 너머로 사도, 추도 등 주변 섬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기에 안성맞춤인 둘레길 성격의 ‘낭도 하이킹 코스’(3.8㎞)도 현재 정비 중이다. 사도와 마주보고 있는 남동쪽 해안지대에 자리잡은 주상절리대를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것도 이 사업에 포함돼 있다.

내년에는 폐교가 된 낭도중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돼 2019년까지 계속된다. 400∼500명을 동시 수용하는 숙소로 바꾼다는 것. 215m 길이의 아름다운 산타박돌담길 복원도 내년에 추진된다. 2018년에는 규포마을의 민박이 정비된다. 2019년 장사금 해수욕장과 낭도해수욕장이 정비되면 낭도의 손님맞이 준비는 모두 끝난다. 다만, 기본계획에 나와 있는 마을 당제 복원계획에 대해서는 주민의 90%가량을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이날 축사를 통해 “낭도의 절경과 접근성은 다른 섬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격려했다.

낭도(여수)=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