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후, 이제는 경제다>野, 경제민주화 ‘포퓰리즘 입법 폭탄’… 재계 위기감 확산

③ 反시장 정책 안된다

反기업 정서 틈타 재벌개혁
상법 개정안 등 밀어붙이기

투자·고용·내수 급랭 상황
기업 옥죄기 땐 회생 요원

기업들 잇따라 지주사 전환
“경제회생법, 기업은 두렵다”

최근 오리온, 매일유업, 미원에스씨 등은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했다. 삼성 등 대형기업도 이 카드를 살피고 있다. 2015년 7건이던 지주회사 전환은 올해에만 14건으로 급증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인세법 개정안, 상법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등 야당의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 매입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없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자사주를 확보해 경영권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14일 “경제 회생법안이라는데 오히려 기업들은 두려워하고 있다”며 “투자보다 내부 지분 단속에 몰두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한 와중에 야당 대선주자들도 이미 정경유착 처벌, 대기업 개혁, 경제검찰 권한 강화,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등의 초강경방안을 잇달아 공표했다.

투자, 고용, 내수 부문의 경제불안 심리가 시계(視界) 제로의 급랭 상황인데도 탄핵 사태 및 조기 대선 정국 진입을 계기로 포퓰리즘적인‘입법 폭탄’이 쏟아질 조짐을 보이며 기업 전반의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얼어붙은 경제 심리가 다시 실물경제로 전이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큰 점을 고려할 때 반(反)시장적·기업 옥죄기식 정책으로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경제 회생은 요원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사건 이후 팽배해진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붙이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두드러지고 있다. 야권은 현 시점을 대기업 개혁의 호기로 판단하고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8개 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주택 임대차보호법 등 서민경제 8개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방송통신 4법 등 7개를 처리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발의된 상법개정안의 경우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투명성·책임성 확보를 명분으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및 근로자 우리사주조합,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 및 선출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적대적 인수·합병(M&A)위험을 높이고 상장사의 경영권을 옥죔으로써 결과적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에만 득을 안겨줄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야권이 최고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키로 했다가 보류된 법인세 인상 역시 포퓰리즘의 영향이 가시화할 내년 대선 정국에서 성장과 분배 논란 속에 분배 쪽에 무게 추가 실리며 다시 공약으로 등장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반시장적 규제, 법안 때문에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월에 내년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는데 하향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질 정도로 내년 상반기 내내 경제 위험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보다 외부충격에 대한 리스크(위험)관리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의 통과 노력을 시장, 기업에 보여주는 게 더 급하다”고 권고했다.

이민종·유회경·박준우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