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후, 이제는 경제다>기업 구조조정, 政務 아닌 시장에 맡겨야

권한대행 체제 추진력 떨어져
“실패 때 피해자는 결국 국민”

가뜩이나 부진한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동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국정 장악력 약화로 인해 더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전에도 우리 경제의 당면 현안인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대선을 앞둔 여론 악화를 의식해 과감하게 하지 못했는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더욱 추진력에 제약을 받을 것이란 의미다. 전문가들은 시장 친화적인 구조조정이 경제 쇄신을 위한 기본이라는 점에서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연구서를 보면, 2008년 이후 일반 시중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개시 시점은 한계기업 식별 시점과 견줘 평균 1.2년 빨랐지만, 국책은행은 평균 1.3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구조조정을 평균 2.5년 지체시킨 셈이다. 한계기업 식별 시점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 1 미만인 상태로 3년간 지속한 시점을 말한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자산 매각 정도를 고려할 때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강도 역시 시중은행과 대비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KDI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구조조정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시장 판단이 아닌 여러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라며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중은행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좀비기업’이나 사양산업도 시장 판단이 아닌 정부, 채권단 지원으로 연명하면서 전체적인 구조조정의 실기 요인으로 작용해 산업재편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올 상반기에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부실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공적자금 회수에 실패한 국책은행의 부실화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지는 기업 신용위험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적 특성과 재편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부채비율과 같은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구조조정 이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진해운으로,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부채비율에 맞추기 위해 보유 선박을 팔고 외부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려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용선료 부담으로 인해 기업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윤정선·유회경 기자 yo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