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장벽, 신시장으로 뚫어라>CJ ‘동남아 현지화’ 박차… 생물자원·식품사업 모두 ‘순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오, 생물자원 분야의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한 연구원이 품질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 ⑦ 글로벌 시장 공략의 혁신

印尼·베트남 등 12개 사료공장
연간 280만t 생산 가능해져
베트남 동남아R&D센터 중심
현지화한 사료·품종개발 지속

‘사료 1위’아미노산 트립토판
印尼공장 생산라인 증설키로

미얀마 식용유 공장도 순조
베트남 김치업체 인수하기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섬 바탕 지역에 가면 양계·양어 사료 등 연간 26만t의 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 공장이 쉼 없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야를 돌려 중북부 칼리만탄 지역에도 양계 사료를 한 해 18만t 생산하는 공장이 새로 들어섰다. 모두 지난해 12월 말에 CJ그룹이 완공한 공장이다. CJ는 이로써 인도네시아 6개, 베트남 4개, 필리핀과 캄보디아에 각 1개 등 동남아 지역에만 총 28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12개의 사료 공장을 갖추게 됐다.

올해 연말까지는 인도네시아 1곳, 베트남 2곳, 필리핀 1곳 등 4곳에 사료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37개인 현지 축산시설도 3년 후에는 58개로 확대해 닭과 돼지 생산 개체 수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정근상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장(부사장)은 “2013년 베트남에 설립한 동남아시아 연구·개발(R&D)센터를 중심으로 현지화한 사료와 품종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문화콘텐츠, 멀티플렉스, 물류, 홈쇼핑 등의 문화기업으로도 조명받고 있는 CJ가 동남아에서 바이오, 사료와 축산을 합한 생물자원과 식품사업의 글로벌 현지화에 팔을 걷어붙여 주목을 받고 있다. 동남아는 연평균 5∼7%의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신성장 지역이다. 사료 시장만 해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2013∼2015년 기간의 성장률이 연평균 5%를 넘는다.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CJ는 바이오 분야의 경우 연간 8만t 규모로 지어 지난 2015년 초부터 가동에 들어간 말레이시아 바이오 공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 세계 사료용 필수 아미노산 시장에서 50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큰 메치오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메치오닌은 동물사료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그린 바이오의 간판 제품이다.

CJ의 1호 해외공장으로 세계 1위인 사료용 아미노산 트립토판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는 3000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올해 말에 증설작업이 끝나면 생산량이 늘면서 바이오 시장의 경쟁력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CJ제일제당 측은 기대하고 있다.

태국에 이어 동남아 2위의 발효대두박 시장인 베트남에는 사료원료 생산기지를 구축해 시장 확대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발효대두박은 콩기름을 생산하고 남은 콩 부산물을 발효시킨 후 효소분해와 건조 등의 공정을 거쳐 만드는 사료 원료다. 양돈, 양어, 양계 사료의 원료로 쓰인다. 베트남 남부 붕따우성에 지은 발효대두박 공장은 연간 2만6000t 생산규모로 앞으로 15만t까지 규모를 키울 예정. 베트남에서 인근 국가로 수출하면 비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점도 크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발효대두박은 더욱 돋보인다. 우리 고유의 청국장 균을 넣고 독자 발효 기술로 만든 ‘소이타이드(Soytide)’ 제품이기 때문이다. 김진현 CJ제일제당 소재사업부문장(부사장)은 “일반 단백질보다 체내 흡수가 빠르고 아미노산 성분인 펩타이드(Peptide)함량이 중국산보다 2배가량 많아 부가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에 머물렀던 바이오 사업의 제품 외연을 앞으로 L-메치오닌, 트립토판 등으로 확대해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든든하고 깊은 뿌리를 갖추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중국 하이더사 인수, 미국 메타볼릭스의 일부 자산 인수 등의 전략적 인수·합병(M&A)은 이런 맥락에서 추진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지은 연간 2만t 생산 규모의 미얀마 양곤 식용유 공장에서는 대두유, 해바라기유, 팜유, 혼합유 등 가정용 식용유 제품이 위생·품질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CJ333’으로 이름 붙인 현지 출시 식용유는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식품위생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미얀마 소비자들에게 단번에 인기품목으로 떠올랐다.

식품사업도 가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베트남 김치 업체 ‘옹킴스’를 인수하고 ‘비비고 왕교자’, ‘햇반 컵반’ 등 주력제품의 동남아 진출에 힘을 쏟는 한편, 밀가루, 식용유 등 기초식품소재의 동남아 해외 생산기지 추가 구축에도 나섰다.

CJ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미 바이오, 생명공학, 문화콘텐츠 등 전도유망한 미개척 분야의 신산업화를 통해 기반을 다졌다”며 “앞으로는 이를 토대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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