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탄핵 찬반 ‘場外 선동’은 憲法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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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에도 촛불 집회는 쉬지 않고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린다. 이에 대항하는 태극기 집회도 그 세를 키워가면서 매주 토요일 개최된다. 근래에는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촛불 집회에 등장한 살벌한 도구와 구호들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여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대표들은 8일 대표 회동을 갖고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심판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고 11일 광화문 집회에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야 3당의 대표 회동은 헌재(憲裁)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심리가 막바지에 진입했지만 심리 기간에 쫓기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을 주재하던 박한철 헌재소장의 퇴임으로 현재 8명의 헌법재판관이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데, 탄핵심리에만 매진했음에도 변론이 종결되지 않아 2월 중 탄핵심판 결정이 무산되고, 3월 13일 임기 만료되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심리를 종결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 심리가 늦어지면 7명의 재판관이 심리하게 되므로 확률상 그중 6명의 탄핵 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탄핵 기각이나 지연’을 우려하는 탄핵위기론이 커지게 되면서 조기 대선을 향해 질주하던 야당 정치권에서 조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요구하기 위해 다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겠다는 것이다.

헌법(憲法)에 따라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을 한 이후에는 탄핵심판 결정은 헌재의 몫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구성된 헌재는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탄핵심판에 대한 결정을 할 것이다. 헌재의 심리와 판단에 외압을 가하는 것은 헌정 질서에 반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헌재가 심리 중인 탄핵 사건에 외압을 가하기 위해 장외(場外) 선동을 하는 것은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각자 그 세력을 키우면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은 집회를 중지시켜야 한다. 어느 일방이 탄핵심판 결정에 불복하면서 그 이유로 장외 선동을 들고 계속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론 분열로 인한 심각한 대립과 후유증을 치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나쁜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서로 반목하게 되면 그 책임은 당연히 정치권이 져야 한다. 이를 우려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면, 여야를 포함해 모두 승복해야 한다”고 천명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헌법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해 국회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장외 갈등을 최대한 국회로 수렴해 국회에서 해결하라고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국회의사당을 건축한 것이다. 여야(與野) 정치권은 분열되고 있는 민심을 추스르고 새로운 희망을 창출하기 위해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심의해야 한다.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하면서 탄핵 결정과 관련된 촛불 집회나 태극기 집회를 이제는 중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립(對立)과 반목(反目)을 자아내는 장기간의 집회로 수십 년 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허물어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치권은 국민이 광장이나 거리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지 않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헌재의 탄핵 심리와 그 결정을 지켜보도록 설득하는 한편 그 결과에 승복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