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넘은 ‘反기업’… 흔들리는 경제>장사 좀 될라치면 ‘규제 칼날’… 유통업 성장 ‘어느 세월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 전승훈 기자 jeon@

② 성장비전·글로벌 경영 ‘표류’

면세점, 특허수수료 20배 인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제재 강화
특허수수료 최고가입찰도 추진

1~2인 가구 증가·고령화 업고
편의점 가맹점·매출 늘어나자
심야영업 금지 등 규제 도마에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에 이어 최근 수년 새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면세점, 편의점도 예외 없이 경제민주화 바람과 조기 대선정국에 편승한 ‘포퓰리즘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사만 좀 된다 싶으면 어김없이 규제의 덫이 놓인다”며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성장이 ‘독’이 되는 실정이다. 골목상권을 살리자고 시작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한 대형마트 규제의 ‘광풍’이 유통산업 전반에 확산하면서 발전을 저해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시장만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업계에는 지난 연말부터 면세점 특허수수료 20배 인상, 시장지배적 추정사업자에 대한 제재 강화, 특허수수료 최고가입찰 방식 변경, 영업시간 제한 조치 등을 담은 정부 및 국회 차원의 규제조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나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경우 의무휴업일 적용 대상에 백화점, 하나로마트와 함께 시내 면세점이 포함됐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영업시간을 묶는 조치다. 이는 모두 면세점 업계가 지난해에 2015년 대비 33.5% 늘어난 12조2757억 원의 매출액을 거두는 등 최근 5년간 15%의 연평균 성장률을 거둔 후 나타난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와 신규 면세점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송객수수료로 여행사, 가이드에 1조 원가량을 사실상 뜯기는 상황”이라며 “면세점은 대규모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고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수출산업인데도 규제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 업태와 달리 별다른 관심이 없던 편의점 업계에도 1~2인 가구 증가, 고령화 추세로 매출액이 20조 원대에 육박하고 전체 가맹점이 3만4000개에 달하자 규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6일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일 규제와 함께 편의점 심야영업 금지를 내놓았다.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영업시간 자율 조정’ 쪽으로 한 발 물러섰으나 이 역시 성장이 독이 돼버린 사례다. 한국당은 또 편의점 영업거리 제한 기준, 더불어민주당은 편의점 영업지역 설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편의점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이익배분을 조정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발의될 예정이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