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물 탐구>손학규, 스캔들 없는 엘리트 정치인… 낮은 대중적 지지도 극복 관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 김연아 기자 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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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大 키워드’로 본 孫

정계 복귀 때마다 대형사건
‘손학규 징크스’ 말 생기기도

운동권 → 대학교수 → 정치인
‘저녁이 있는 삶’ 최고 슬로건

장관·지사 때 통합 경험 살려
‘反패권’‘7공화국’ 기치 높여

정치생활 24년간 ‘스캔들 無’
결벽적인 청렴함… 재력은 꽝

경기고 시절 밴드·연극 활동
서울대에선 ‘운동권 트로이카’

식견·열정·부지런함 갖췄지만
정치마케팅 능력 부족 지적도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정치권에선 보기 드물게 스캔들이 없는 인물이다. 24년간 정치와 공직생활을 하면서 현미경 검증을 해도 뭐 하나 제대로 걸리지 않는 정치인이 그다. 청년기엔 학생운동과 노동·빈민운동을 하면서 투옥·수배·고문으로 이어지는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를 거쳐 국회의원에 장관·도지사까지 지낸 변화무쌍한 발자취와 화려한 학·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가 2012년 대선서 남긴 ‘저녁이 있는 삶’은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선거구호라는 평을 받는다. 손 의장은 내성·직관적 성향에 학구적인 말투로 유명했다. 한때 정치인이 아니라 차라리 신학자나 정신의학자, 심리학자가 됐다면 나았을 걸 하는 말도 들었다. 조반유리(造反有理), 일을 도모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잦은 당적 변경과 정계 은퇴 번복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엘리트 정치에 빠져 대중성을 얻지 못한다는 혹평도 있다. 지지도는 미약하고 따르는 정치세력은 부족하다.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전 대표와의 힘든 경선을 치러야 한다.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아 이번 대선 아닌 또 다른 도전 기회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늘 의연하다. 그는 경기고 재학 때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고 연극반에서 활동한 자유인이다. 손 의장은 기자에게 “제7공화국을 향한 자유의 여정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전향’

손 의장은 정치 노선을 두 번 바꿨다. 한 번은 진보 운동권 출신으로 보수당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1993년 광명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또 한 번은 2007년 보수 진영을 떠나 민주당에 입당했을 때다. 손 의장은 서울대 재학 당시 문리대 학생운동 리더로 법대 조영래, 상대의 김근태와 운동권 트로이카였다. 졸업 후엔 위장 취업과 판자촌 빈민 선교를 했다. 1970년대엔 수배생활을 하느라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1979년 부마항쟁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지만 10·26으로 유신체제가 종말을 고하자 풀려났다. 1980년대 영국 유학 때 그는 변화하는 세상을 관조했고 그때 좌와 우를 넘는 제3의 길을 모색했다. 귀국 후 서강대 교수를 지내다 1993년 초 대학 운동권 선배였던 김정남 당시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의 권유로 민자당에 입당해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3선 의원·보건복지부 장관·경기지사의 길을 걷던 손 의장은 2007년 한나라당을 나와 야당으로 옮겨갔다. 손 의장은 “정당(당적)을 자주 바꿨다지만 바꾸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칩거

손학규 하면 덥수룩한 수염, 닭치는 모습, 산속의 겨울나기 등 장면이 떠오른다. 2006년엔 ‘전국 100일 민심 대장정’을, 2007년엔 2차 민심 대장정을 했다. 대장정 당시 지하 500m 탄광 갱에서 시커멓게 탄칠한 얼굴로 근로자들과 밥을 먹는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 2008년엔 민주당 18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강원도 춘천의 농가에서 2년간 칩거했고, 2014년엔 7·30 수원병 재·보선에서 떨어진 뒤 전남 강진 산속 흙집에 들어가 다시 2년 2개월을 파묻혀 살았다. 손 의장에게 칩거는 시련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매개였다. 하지만 그가 더 주목을 받았던 건 늘 칩거 후 속세로 돌아온 이후가 아니라 칩거했을 때였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대장정의 끝날, 혹은 정계복귀 선언 날, 뭐만 해보려고 하면 정국을 뒤흔드는 초대형 이슈가 터지는 ‘손학규 징크스’도 그로선 불운한 대목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큰딸이 어린 시절 부인 이윤영 여사와 어린이대공원에서 함께한 손학규 의장.

노 루머, 노 스캔들

손 의장은 정치생활 24년간 루머 하나, 스캔들 하나 없었다. ‘청빈’과 ‘도덕성’은 그의 무기다. 그와 절친한 교수에 따르면, 2006년 대기업 총수 초청으로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와 골프를 한 일이 있는데, 손 지사가 녹이 슨 낡은 골프채를 쓰는 것을 본 이 총수가 골프 클럽 한 세트를 선물하려 했지만 완강히 거절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한다. 이 교수는 “손학규는 그렇게 평생 살아온 인물이다. 정치인 중에 그런 인물이 드물다. 그러니 돈도 없고 아랫사람들이 죽을 노릇”이라고 말했다.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 물이 지극히 맑으면 물고기도 없는 법이다. 손 의장의 한 측근은 “그의 장점이면서 최대의 단점은 너무 도덕적이라는 데 있다. 정말로 칭찬받을 일이긴 한데, 큰일(대선)을 앞두고는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엘리트 정치

손 의장은 대권 주자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경력과 이력의 소유자다.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의 식견에 운동권 출신의 열정,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하지만 정치력이나 친화력은 떨어지고 재력은 ‘꽝’이다. ‘스펙’은 좋은데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때는 기자나 교수 같은 지식인 대상 조사에서 대통령 선호도 1등을 차지했지만 일반 대중의 지지율은 영 올라가질 않는다. 손 의장은 지난 1월 기자와의 ‘차기 리더 직격 인터뷰’ 때 자신의 단점에 대해 “좀 더 대중성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지기반이 뭐냐’고 묻자 “정치공학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다. 손 의장의 측근들은 “관조적이고 때로 유유자적해 보이는 이런 태도가 손 지사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그의 ‘정치 DNA’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성과만큼 유권자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그 결과는 정치적 운명을 함께할 동지나 세력의 부족, 열광적 마니아 그룹의 부재로 나타나기 일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민심대장정길에 올랐던 손 의장이 화순탄광에서 근로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

통합·반(反) 패권

손 의장 스스로 꼽는 자신의 정치 브랜드는 ‘통합’이다. 복지부 장관 시절엔 고위공무원들이 평가한 ‘성공한 장관’ 중 단연 으뜸이었다. 내적으론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이익집단의 알력과 갈등을 원활히 조정하는 데 수완이 있었다. 2005년 초에 벌어진 경기 용인 죽전∼성남 분당의 도로 연결 분쟁 때엔 15차례 이상의 설명회와 대책회의를 통해 폭발 직전의 주민 갈등을 해소했다. 지사 시절 파주 벌판에 LCD산업단지를, 판교 골짜기에 테크노밸리를 만들었다. 파주 인구는 단지 조성 전 17만 명에서 지금 43만 명에 육박한다. 테크노밸리엔 7만5000개 일자리가 생겼고 연간 매출이 70조 원을 넘는다. 지사직 수행(2002∼2006년) 4년간 만든 일자리가 74만여 개인데, 같은 시기 대한민국에 만들어진 일자리 100만 개의 약 4분의 3이라고 한다. 보수정당 소속이었지만 DJ(김대중)의 햇볕정책과 남북협력정책을 지지하고 실천했다. 손 의장은 “민주당에서 두 번의 대표를 지냈는데 모두 다 분열됐던 야권을 통합했다”고 말했다. 통합의 적임자라는 것이다. 이런 통합론은 자연스럽게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손 의장은 ‘누가 패권주의자냐’는 기자 질문에 “제1야당인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그룹”이라고 특정했다. 손 의장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건 패권 세력의 교체일 뿐”이라며 “이번 대선은 패권론자와 통합론자, 패권론자와 개혁론자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7공화국 개헌

손 의장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승자 독식 구조의 대통령 중심제로는 사회통합과 통일에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 정치세력 간 연정을 이뤄야 한다.” 요즘 말이 아니다. 3년 전인 2014년 1월 ‘분권형 개헌을 통한 연정’을 공개 제안했을 때 한 것이다. 지난해 말 강진 만덕산에서 하산하면서 내놓은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건설’ 주장은 느닷없이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다당제를 기반으로 합의제 민주주의와 연립정부를 해야 정치적 안정과 정책의 연속성을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적 안정, 통일, 번영, 복지, 성장을 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전 개헌’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탄핵의 시간은 흘러가고 대선 투표일은 닥쳐오고 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