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의 ‘도청 지시’ 주장에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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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제시 없이 트위터로 공격”
전·현직 대통령간 갈등 본격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버락 오바마(사진) 당시 대통령이 공화당 선거캠프 도청을 지시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둘러싸고 전·현직 대통령 간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 직전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을 명령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오바마 측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트위터에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격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적이 없으며 전화통화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은 상호 존중하며 공개적으로 상호 비판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무너지면서 오바마 진영과 트럼프 진영은 이제 전쟁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학 전문가인 더글러스 브린클리는 WSJ 인터뷰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임자에 대해 품위와 예의로 대한다는 미국의 오랜 전통을 뒤집는 것”이라면서 “과거에도 전·현직 대통령 간 갈등은 있었지만 전임자를 범죄인 취급하는 경우는 없었고, 이러한 전·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은 미국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새벽 트위터에 “대선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 전화를 도청하다니 정말 저급하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때의 워터게이트 감이다. 나쁜 사람(Bad! guy)”이라는 비난 글을 올린 데 이어 미 의회에도 이에 관한 진상조사를 공개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의 케빈 루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백악관의 누구도 어떤 미국 시민에 대해서 사찰 명령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도청 지시’ 주장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미숙 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