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집단토론’ 인터뷰>유승민 “安은 ‘보수 코스프레’… 일단 합쳐 ‘文만 이기고 보자’ 안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된 보수의 가치, 북핵 문제와 대중국 전략, 경제 공약 등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잠시 두 손을 모으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④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헌법 부정’ 한국당과도 不可
새로운 보수의 씨 뿌릴 사명

선거비용 절대 100억 안될것
집권땐 ‘탕평내각+소통·설득’
창업생태계 구축, 일자리 해결

사드 효용성 비판은 좌파논리
국방비 늘려 ‘게임 체인저’로

中 설득해 北원유수송 끊어야
對北 선제타격 수용해야 ‘정부’
北核 해결 없이 통일논의 없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인터뷰 내내 보수의 가치, 한 치의 빈틈 없는 안보관, 창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차분하지만 열정적인 태도로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대선 ‘완주’를 묻는 질문엔 “불쾌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우리 정체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냥 합쳐 문재인만 이기고 보자, 이런 게 정치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타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후보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통일 논의는 불가능하다”며 보수 안보관을 분명히 드러냈고, 집권 후 ‘탕평 내각+대통령의 소통과 설득’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화일보 대선자문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의 사회로 진행됐고, 19일 오전 추가 전화 취재가 이뤄졌다.

△유 후보 = 교수님들까지 이렇게 나와 주셔서 토론하니까 긴장된다. (일동 웃음)

△허 선임기자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다. 솔직한 토론을 기대한다.

◇정치

△양승찬 교수 = 지지율이 낮다. 앞으로 후보 지지율이 변동될 거라고 확신하나.

△유 후보 =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기대는 한다. 앞으로 보수층이 과연 보수 대표가 누가 돼야 하느냐에 대해 눈을 뜨면 지금 안철수 후보에게 가 있는 표가 움직이게 되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양 교수 = 보수를 기반으로 정치하면서 새로운 보수를 역설했는데.

△유 후보 = 저는 태생적인 보수였다. 지역도 그렇고 집안도 그렇고. 2000년에 보수당에 들어와서 17년째 정치를 했다. 그런데 보수 안에 몸을 묻고 오래 있다 보니 보수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는 낡은 보수의 마지막이 돼야 한다. ‘박근혜’를 붙잡고 있는 게 보수가 살길인가. 그건 망하는 길이다. 우리가 바뀌면 대구·경북(TK)이 바뀌고 보수가 바뀌고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양 교수 = 선거 비용은 얼마나 들까.

△유 후보 = 국고보조금이 63억 원인데 이거 다 쓰면 당이 거지가 된다. 거기에 대선후보 후원금과 개인 돈을 합쳐서 100억 원을 절대 넘기지 않는다.

△허 선임기자 = 완주 의지는 어떤가.

△유 후보 = 그런 질문이 나오면 이제 불쾌해진다. 당연히 완주한다.

△양 교수 = 지지율이 아직 낮은데, 무엇을 위한 완주인가.

△유 후보 = 내 사명은 새로운 보수의 씨를 뿌려 싹을 틔우는 거다. 내가 완주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새로운 보수를 하고자 했던 정신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해서 우리 정체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냥 합쳐 문재인만 이기고 보자, 이런 게 정치하는 이유인가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허 선임기자 =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가.

△유 후보 = 그렇다. 그건 헌법 부정세력에 주도권을 넘기는 거고, 존재에 대한 부정이다. 그러려고 (새누리당을) 나왔나.

△허 선임기자 = 당내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 후보 = 다른 건 몰라도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절대 이 사람(안 후보)은 보수가 아니다. 보수표가 일시적으로 자기 쪽에 가 있으니까 그 표를 놓치기 싫어서 지금 호남과 영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지 않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보수 코스프레’하는 거다. 거기와 연대하는 것은 보수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

△허 선임기자 = 집권하면 소수정권이다. 집권 후 연정의 콘셉트를 밝혀 달라.

△유 후보 = 내각을 탕평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하고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 즉 ‘탕평 내각+대통령의 소통과 설득’이다.

◇외교·안보

△박철희 교수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일관되게 찬성했는데, 사드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유 후보 = 당연하다. 이스라엘처럼 하늘을 촘촘히 방어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군사적 효용성을 문제 삼는데 그건 좌파 논리다.

△박 교수 = 우리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에서 3.5%까지 올린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할까.

△유 후보 = 5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방예산을 이것저것 백화점식으로 써왔는데 앞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게임 체인저’ 개념으로 투자해서 북한 전력에 대비해야 한다.

△박 교수 = 만약 북핵 개발이 계속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유 후보 = 중국이 중요한 만큼 대북 원유 수송로를 끊도록 설득해야 한다.

△박 교수 = 후보는 한·미 동맹 강화론자다. 그런데 대북 정책 차원에서라도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역시 중요하지 않나.

△유 후보 = 정말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에 ‘사드 배치는 불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경제 보복을 풀게 하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결국 외교 역량이다. 미국 도움도 빌리고 우리 스스로 중국을 설득해 구동존이(求同存異)를 하게 해야 한다.

△박 교수 = 모든 후보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비판적이다. 일본 정부는 재협상 불가 입장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또 역사 문제를 한·일 관계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두고 갈 생각인가.

△유 후보 = 역사 문제는 분명히 해야 하지만 경제나 안보 문제를 덮을 정도로 끌어올리는 건 반대다. 일본에 재협상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먼저 두 나라의 전반적인 미래와 경제·안보에 대해 대화하면서 의제를 발전시켜 나가겠다. 위안부 하나만 달랑 꺼내 재협상하자, 안 되면 앞으로 어떤 거래도 없다, 그런 식으로 외교를 했다가는…. 하하하.

△허 선임기자 = 안보와 통일, 두 개의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

△유 후보 = 오늘의 대북정책이 쌓여 내일의 통일정책이 된다. 한반도의 당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북핵 문제, 안보 문제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지만 안보는 죽고사는 문제다. 안보는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불가능하다. 북핵 위협을 확실히 제거한 후 북한을 개혁·개방해 정상국가로 이끌어 내겠다.

△허 선임기자 = 만약 미국이 ‘북폭’을 협의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유 후보 = 프리벤티브(preventive strike·예방타격)냐, 프리엠티브(preemptive strike·선제타격)냐에 따라 다르다.

△허 선임기자 = 예방타격과 선제타격에 따라 어떻게 달리 대응할 생각인가.

△유 후보 = 선제타격은 북핵 공격이 임박했다는 확실한 징후가 있을 때 하는 자위권이다.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부도 아니다. 예방타격은 사고 칠지 모르니까 미리 가서 때리는 건데, 그건 좀 아니다.

◇경제·복지

△양 교수 = 육아휴직 3년, 양육수당 인상 등 복지정책에 대한 재원 논란이 있다.

△유 후보 = 다양한 변수와 가능성을 반영해 재원을 신중하게 산출하겠다.

△허 선임기자 = 벤처혁신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발표했는데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있다.

△유 후보 = 예전에는 정부가 우리 발목만 안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혁신 능력을 잃어버린 게 문제다. 혁신의 희망은 벤처중소기업에 있다. 성장단계에서 벤처가 좋은 기술을 발견하면 대기업이 생산과 마케팅을 연결하는 협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창업생태계를 구축해줘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허 선임기자 = 왜 ‘중부담중복지’인가.

△유 후보 = 저부담 구조를 유지하는 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풀 수 없다. 재정지출만 확대하는 경기 대응적인 처방으로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피할 길이 없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