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129) 55장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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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여보.”

장현주의 탄성은 오늘따라 높고 격했다. 숨에 쇳소리까지 섞여 있다. 김광도가 부딪칠 때마다 허리를 들어 올려 받았는데 빈틈없이 맞춘다. 애액이 많은 편이어서 손바닥으로 물을 때리는 소리가 났다. 김광도의 몸도 땀으로 젖었고 숨구멍이 말라붙는 느낌이 온다. 이윽고 장현주의 동굴이 굳어지면서 벽이 꿈틀거렸다. 무너지는 것 같다.

“여보, 여보.”

두 손으로 김광도의 팔목을 움켜쥐고 두 다리는 한껏 벌린 상태. 다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이며 자극을 더 넓게 느끼겠다는 본능이다.

“아악!”

장현주가 터지고 있다. 절정은 두 번째다. 이번은 강하다. 김광도는 머리를 숙여 장현주의 입을 맞췄다. 사랑스럽다. 이때는 다 사랑스럽지만 오늘은 가슴이 멘다. 오늘의 이 섹스가 마지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현주도 더 열중하고 더 자극을 느끼려고 하는 것 같다. 이윽고 장현주가 터졌고 기다리고 있던 김광도가 함께 올라갔다. 방 안으로 열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김광도가 숨을 고르면서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미안해, 당신을 이용만 한 것 같아서.”

“아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숨결에 앓는 소리까지 섞어 뱉으면서 장현주가 대답했다.

“그땐 나도 당신이 필요했었어. 그땐 우리 북조선이 다급했었거든.”

“벌써 8년이 지났네.”

김광도가 팔을 뻗어 장현주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나한테 상의해줘서 고마워.”

“당신은 말 안 해줘도 돼.”

김광도의 가슴에 얼굴을 붙인 장현주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오늘 이후로 날 안 만날 테니까.”

“그런가?”

“유부녀한테 찾아오거나 연락할 당신이 아니거든.”

“그렇군.”

김광도가 손을 뻗어 장현주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남자는 누구야?”

“이곳 북조선 연락사무실 업무담당관.”

“그래? 미혼이야?”

“상처했어. 자식은 없고, 마흔셋이야.”

“나이가 맞는군.”

“그런데 당신은 언제 결혼해? 대통령도 결혼했는데 당신도 해야지?”

“대통령이 한다고 다 따라서 하나?”

쓴웃음을 지었던 김광도가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가정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때 장현주가 말을 이었다.

“누구는 사랑해서, 누구는 외로워서, 누구는 대를 이으려고 결혼을 한다지만 나는 돌아갈 집을 만들려고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장현주가 웃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집.”

“집 좋은 걸 짓더니 결혼 생각이 난 것 같구먼.”

“한국에 가서 데려와. 온다는 사람이 줄 서 있을 테니까.”

“사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나 같은 여자하고도 살았잖아? 그것도 잘살았지.”

“그건 내가 할 말이고.”

김광도가 장현주의 알몸을 옆으로 눕히더니 상반신을 일으켰다.

“또?”

장현주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지만 곧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뜨거운 밤이다.

<소설 徐遊記>(1129) 55장 사는 것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