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대화론자’ 일색 외교안보라인…‘對北 제재공조’ 혼선 우려

강경화 “인도적 北 지원 조건없이”
5·24 조치 재검토 등 성급한 발언
민간단체 방북허용 등 기조 변화
北에 잘못된 시그널 보낼 가능성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채 보름도 되기 전에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이 5·24 대북제재 조치 재검토,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 등의 발언을 쏟아내고 정부가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이전 정부가 유지해온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등 대북 정책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및 미·중·러·일 4강의 북핵 공동 대응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인도적 지원은 인간이 고통받는 데 대해 해야 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기에 정치적 고려와는 별도로 해야 한다”고 밝혀 ‘대북 제재와 인도적 지원 분리’로 대북정책 기조가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대북 제재의 핵심인 5·24 조치의 재정비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더구나 전날 국가안보실 1·2차장에 이상철 성신여대 교수와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임명함으로써 앞서 임명된 정의용 안보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는 사실상 대북 대화파가 장악한 셈이 됐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 10일 대북 인도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의 방북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허용된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2일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이나 방북 요청을 허가할 뜻을 비쳐 방북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모드에 조응하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4일(한국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KN-15) 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대북 추가 제재를 내놓지 못했다. 당초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방안으로 북한에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근로자 파견 제한 등이 거론됐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 정부 들어 북한이 이미 두 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움직임이 무산된 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대북정책을 조율한 뒤 주체성을 갖고 대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은데 한·미 공조 없는 설익은 대북정책은 국익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