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강경화 놓고 적전분열?

정동영 등 일부 “적합한 후보”
지도부는 사퇴·내정철회 주장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온 국민의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도부와 일부 호남 의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적전분열’이라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내정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동영 의원 등 일부 호남 의원들이 “적합한 후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강 후보자 내정 철회로 입장을 정한 뒤 지도부가 연일 인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문회 결과 강 후보자는 도덕적 흠결이 많은 데 비해 우리 안보를 헤쳐나갈 역량은 부족하다”며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강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는데 어떤 배경으로 했는지 모르지만, 시류에 편승해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전직 외교부 장관들을 겨냥해 “직접 청문했던 청문위원보다 강 후보자의 자질을 잘 알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의총 다음 날인 9일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강 후보자가 치명적인 흠결만 아니라면 외교부 개혁에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 임명동의에 찬성 견해를 밝혔던 박지원 전 대표 역시 “당 의원총회 결정에 따르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80%가 넘게 나오는데 잘할 때는 박수 치면서 그물치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의총 이후에도 당내 혼선이 계속되는 것이 최근 악화하고 있는 호남 여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 후보자의 경우 야3당이 모두 도덕성은 물론 자질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등 여성 단체와 전직 외교부 장관 등이 강 후보자 지지를 선언하고 있어 보고서 채택에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