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화재 참사 현장… 7세 소년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죽었나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제 친구를 찾아주세요”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15일 세 명의 여학생이 참사로 실종된 친구의 얼굴 사진을 티셔츠에 붙인 채 슬픈 표정으로 서 있다. AP연합뉴스

- 가족 잃은 안타까운 사연들

다섯식구 함께 빠져나오다가
5세 아들 손 놓친 엄마 오열
12세 소녀 부모님 못찾아 절망
실종자 전단지 주변 뒤덮어

“얼마나 많은 아이가 죽었나요? 그때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

15일 영국 런던 고층아파트 대형화재 현장을 방문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을 향한 7세 소년 카이 라모스의 질문에 현장은 숙연해졌다. 화재 현장을 찾은 칸 시장은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야유와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때 작고 두려움 섞인 라모스의 목소리가 피해자들의 폐부를 찔렀다. 라모스는 칸 시장에게 친구들의 생사를 물은 뒤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할 건가요? 사람들은 그들의 집을 잃었어요”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칸 시장은 라모스와 피해자들에게 “훌륭한 소방관·경찰관·응급대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곧 내부 수색에 들어가 사람들을 찾을 것”이라고 답한 뒤 “(임시거처와 관련해서는) 어딘가에 머무를 곳이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달랬다. 그러나 화마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은 쉽사리 영국 정부와 런던시의 안일했던 대응에 대한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지난 14일 발생한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사고에서 확인된 사망자가 17명으로 늘어나고 희생자가 100여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가족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들이 하나둘 알려지고 있다.

다섯 식구가 함께 건물을 빠져나오다 5세 난 아들의 손을 놓쳐버린 부모도 있었다. 제닛 샤우라는 이름의 여성은 “아이 아빠와 함께 아이 셋을 데리고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었다”며 “아이들을 젖은 타월로 감싼 뒤 막내만 안고 건물을 빠져나왔는데, 뒤늦게 둘째 이삭의 손을 놓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샤우는 “이웃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건물 안이 너무 어둡고 연기로 가득 차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고 런던이브닝스탠더드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번 화마로 부모가 실종된 12세 난 소녀 제시카 우르바노의 삼촌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우리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인근에 있는 모든 병원을 두세 번씩 뒤졌지만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화재로 인한 실종자 수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면서 사고 현장과 SNS에도 실종자를 찾는 애타는 사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실종자의 얼굴 사진과 인상착의, 특징들이 적힌 전단이 사방에 뿌려지고 있다”며 “어린아이의 웃는 얼굴과 손주들과 함께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들이 그렌펠타워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