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태환이 2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을 앞두고 레인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AP 연합뉴스
최고령으로 결승 레이스…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8위
올 시즌 각종대회서 입상…‘리우’ 이후 컨디션 ‘상승곡선’
권토중래를 노렸던 ‘마린보이’ 박태환(28·인천시청)의 꿈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박태환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7초 11로 8위에 그쳤다. 박태환은 전날 준결승에서 1분 46초 28로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고도 전체 8위로 8명이 맞붙는 결승에 턱걸이로 진출했다. 준결승 성적에 따라 박태환은 이날 선수들이 가장 꺼리는 8번 레인에서 결승 레이스를 펼쳤다. 가장 외곽에 있는 8번 레인은 물살이 강해 속도를 내기 쉽지 않고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또 경쟁자를 견제하기 쉽지 않아 페이스 조절도 어렵다. 이런 박태환을 두고 이번 대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와 함께 이젠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박태환은 약물 파동 이후 출전했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전 종목 예선 탈락했다. 박태환은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자유형 200m에 이어 자유형 400m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박태환은 2014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복귀했지만, 리우올림픽 출전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 나섰지만, 자유형 100m, 200m, 400m 예선에서 탈락했고, 1500m는 출전을 포기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올림픽 이후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2관왕을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 4관왕,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르며 재기했고, 올해 초 일찌감치 호주에서 컨디션을 다듬고 기록을 끌어 올렸다.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17 아레나 프로스윔시리즈 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우승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기록면에서도 지난해 리우올림픽 때보다 좋아졌다.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 45초 63에 그쳤지만, 세계선수권에서 3분 44초 38로 4위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200m에선 준결승에서 1분 46초 28을 찍으며 리우올림픽 예선(1분 48초 06)보다 1초 78 빨랐다. 물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최고 기록(400m 3분 41초 53, 200m 1분 44초 80)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의 기량과 잠재력을 봤을 때 언제든지 최고 기록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이런 모습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가능성에 점수를 받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30대를 앞둔 ‘노장’이다. 선수 생명이 길어졌다곤 하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수영에서 30대는 환갑에 비유되기에 더 이상 도약은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1989년생인 박태환은 이날 결승에 오른 8명 중 최고령이다. 지난 사흘 동안 자유형 400m와 200m 예선, 준결승, 결승을 치른 박태환의 체력은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첫 50m 구간에서 24초 60, 4위로 출발한 박태환은 50∼100m 구간을 26초 90으로 가장 늦게 통과했고, 마지막까지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박태환은 경기를 마친 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박태환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31세가 된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2·미국)가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리우올림픽에 도전했을 때 그의 나이는 31세였다. 박태환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 출전 여부를 지금 결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도 “만약 출전한다면 리우올림픽처럼 준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박태환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박태환은 오는 29일 열리는 자유형 1500m 예선을 남겨 놓고 있지만 아직 출전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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