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조성진 같은 아티스트 나올거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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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상 피아니스트 지메르만
25년만의 피아노 솔로 앨범
“내 작업 결과 듣는 건 고통”

1975년 19세의 나이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혜성같이 등장, 32년째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1·사진).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오는 9월, 25년 만의 피아노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입을 열었다. 이번 앨범에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959’ ‘피아노 소나타 D.960’이 수록된다. 지메르만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에 대해 “제 작업의 결과를 듣는 것은 저에게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녹음 후 일주일만 지나도 아마 다르게 녹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는 늘 슈베르트의 유작이 된 소나타 작품들에 경의를 품어 왔지만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도 느꼈다. 인생에서 새 시기를 맞이하면서 이 곡들을 마침내 연주해볼 용기를 가져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의 연주에는 늘 ‘완벽에 가까운 연주’라는 찬사가 따라붙는다. 공연계 관계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예민하고 까다롭게 공연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2003년 첫 내한 당시엔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직접 공수하는 등의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는 “지금도 공연 중 제 연주를 녹음해 끝난 후 다시 들으며 다음 공연 때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찾는다”면서도 “다만 스스로는 완벽주의라고 생각하지 않고, 현재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현존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라는 평가에 대해 “얼굴이 붉어지지만 한편으로는 두렵다”며 “다른 이의 본보기가 되고 싶지는 않고 그저 좋은 연주를 보여드리고자 고군분투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출신이자 쇼팽 음악에 대한 수준 높은 해석으로 ‘현대의 쇼팽’으로도 불리는 그지만 정작 이러한 평가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쇼팽은 베토벤, 슈베르트, 라흐마니노프 등 다른 작곡가들과 마찬가지의 의미”라며 “스승은 제게 모든 유럽의 음악을 수용할 줄 아는 조화로운 음악가가 돼야 한다고 늘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가 2015년 쇼팽 콩쿠르 당시 심사위원으로 있으면서 우승자 조성진을 극찬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전부터 한국에서 언젠가 조성진과 같은 아티스트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젊은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스승들이 음악에 임하는 자세를 보고 어렴풋이 들었던 생각”이라며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놀랍도록 진중하다”고도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