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알바 “최저임금 올라 좋아했더니… 잘렸다”

육아 전업맘·워킹맘에 불똥

“시간제로 분유값은 벌었는데
자격증이라도 따야하나 고민”

직장맘은 ‘이모님’ 비용 걱정
“지금도 월급 대부분 지출해
퇴사하고 내가 도우미할 판”

“분유값 아르바이트 잘리고, 육아도우미 비용 부담은 늘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후폭풍이 자녀 육아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육아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육아맘들도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부작용들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불안하다는 엄마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7일 육아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육아맘들의 가장 큰 고민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해 육아비용도 함께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사도우미와 등·하원 도우미를 이용하는 한 육아맘은 “가사도우미에게 4시간에 5만 원 드리고 있는데,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올려 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며 “등·하원 도우미도 이미 시급 1만 원꼴인데 얼마나 오를지 벌써 부담된다”고 말했다. 맞벌이로 인해 보육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 많은 직장맘들은 마음고생이 더 크다. 부부 한 사람 월급의 상당 부분을 보육 도우미 비용으로 지출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직장맘은 “현재도 보육 도우미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며 “주위에서는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고 보육 도우미를 직업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육아맘은 물론, 자영업을 하는 부모들의 고충도 커졌다. 편의점에서 시간제 근로를 했던 한 주부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다고 좋아한 지 며칠 만에, 주인아주머니가 이제는 자기가 직접 일할 거라고 해서 얼마 전 아르바이트에서 잘렸다”며 “아이랑 먹고살기 위해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육아맘도 “고용주들이 그냥 내가 좀 더 힘들고 말지, 아르바이트를 못 쓰겠다고 하더라”며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까 두렵다”고 걱정했다.

자영업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육아맘은 “남편이랑 자영업을 하는데, 이런 식이면 직원 1명을 내년에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상의했다”며 “남는 돈이 없으면 차라리 아르바이트 덜 쓰고 매출 덜 올리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랑 우스갯소리로 그냥 사람들 다 내보내고 둘이서 오전 장사까지만 하는 게 더 남겠다 했다”며 “반년 뒤 일이지만, 벌써 한숨이 난다”고 토로했다.

민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의 고충도 커졌다. 민간 보육기관은 좋은 시설을 갖춘 국공립 보육기관과 경쟁하기 위해 영어 등 각종 특강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민간 보육기관 원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특강 강사의 임금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금액으로 특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특강 수를 줄이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