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相生시대 연다>“협력업체 생산 효율성 높이자”… 불량요인 차단·청소까지 도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2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흥동 남광포리마 포항공장에서 회사 임직원들과 포스코 QSS 컨설턴트가 공장 설비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 ⑦ 포스코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 ‘QSS’
2011년부터 관련업체로 확대
설비 총점검 등 혁신계획 수립
협력사 영업이익률 향상 효과

한낮 최고기온이 37.8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지난 7월 2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장흥동에 위치한 남광포리마 포항공장. 일과 시간임에도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멈춘 3558㎡ 규모의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직원 20여 명이 말 그대로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공장 바닥에 수북이 쌓인 고무 찌꺼기, 쇳조각 등을 쓸어담고 묵은 때 가득한 물건들을 밖으로 나르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 작업은 포스코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벌이는 대표적 동반성장 프로그램인 ‘QSS(Quick Six Sigma)’ 활동의 하나로 생산 현장 효율화를 위한 1단계 정리, 정돈, 청소 활동이었다.

남광포리마 직원 5∼6명과 함께 공장 한편에 놓인 20년 된 래핑기(고무 내 기포 등을 제거해 고무와 고무를 융착시켜주는 기기)에 덕지덕지 덧칠된 페인트를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던 양현모 포스코 QSS 컨설턴트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잔소리가 새어 나왔다. 양 컨설턴트는 “기름때 묻은 기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페인트만 계속 덧칠하다 보니 열 발산이 안 돼 오히려 성능이 저하됐다”며 “기계 체인도 거꾸로 걸려 있고 담당자가 정확한 벨트 길이도 모르는 등 고쳐야 할 점 투성이”라며 혀를 찼다.

포스코 1차 협력사 중 한 곳인 남광포리마는 제철용 고무롤을 비롯해 각종 산업용 고무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곳에서 공급된 고무롤은 포스코 냉연공장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2010년 1차 QSS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 회사는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 다시 QSS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포스코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해 올해 사업장 불합리요소 제거 등을 거쳐 내년 설비 총점검 및 불량요인 차단, 2019년 종합효율 및 생산성 향상 등 향후 3년에 걸친 혁신계획을 수립했다.

이날 작업에 지원을 나온 이창수 포스코 기술혁신그룹 파트장은 “사실 협력사 직원 입장에서는 익숙한 작업환경을 바꾸고 정리·정돈을 생활화하는 일이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라며 “처음에는 마지못해 하다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실제로 얼마나 생산효율이 높아지는가를 보여주면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동참한다”며 웃었다.

남광포리마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시그노드코리아의 경우 포스코 QSS 프로그램이 협력업체의 생산성과 기업 문화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포장용 철제 밴드를 주로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12년 QSS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영업이익률이 6.3%에서 9.3%로 향상되고 핵심 설비인 자동포장기의 고장률이 하루 평균 2.9건에서 0.6건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 본사 회장이 ‘포스코와의 혁신 활동을 전 세계 시그노드그룹사에 우수 사례로 전파해 본보기로 삼겠다’는 내용의 격려 메일까지 보내 왔다. 영업이익률 등 생산성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의식도 크게 바뀌었다. 실제로 QSS 프로그램 관련 모임 장소로 쓰이는 회의실 벽에는 삐뚜름한 글씨로 각종 제안사항을 적은 종이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설비부품을 관리하는 곳에서 만난 이 회사 김진섭 계장은 “전에는 작업이 끝난 뒤 볼트 등 쓰고 남은 부품을 막 던져놨는데 지금은 사후정리를 철저히 한다”며 “직원들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QSS 활동은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설비를 최적화해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기업 중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73년 무결점 운동의 분임조 활동을 거쳐 과학적, 통계적 기법을 접목하고 다시 2005년부터 토요타 생산 방식(TPS) 등에서 철강업에 맞는 부분을 접목해 QSS라는 고유의 혁신 방법론으로 발전시켰다.

제철소 현장 설비 및 환경 개선, 생산성 향상에 이어 포스코는 철강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11년부터 QSS 성공체험을 협력사와 고객사 등 관련 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시켜 대표 동반성장 프로그램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2년부터는 포항시의 요청으로 행정·공공기관은 물론 시장, 병원 등에도 QSS 활동을 전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3년 단위로 진행되는 QSS 활동은 1단계 환경 개선에 이어 2단계 수익 창출, 3단계 자율적 혁신 체질화 등으로 진행된다.

포스코 동반성장 정책을 책임진 김학용 전무는 “제철보국이라는 창업이념에 걸맞게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현재 금융지원, 기술지원, 컨설팅 등 5개 분야에서 32개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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