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고사 박시환… ‘첫 여성’ 전수안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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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성향 이인복도 물망

청와대가 오는 17∼18일쯤 새 대법원장을 지명할 방침인 가운데 최대변수는 박시환(64·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인하대 로스쿨 교수)이 고사 입장을 계속 견지할지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자로 일찌감치 박 전 대법관을 점찍고 의중을 타진했지만 14일 현재까지 박 전 대법관이 이례적으로 완강하게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 등 한 달여가 소요되는 인선 일정을 고려해 박 전 대법관이 이번 주 중반까지 뜻을 굽히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수안(65·연수원 8기) 전 대법관이 대안으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문 대통령의 경남중학교 1년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이 ‘겸양’ 수준을 넘어선 강한 거부의 뜻을 유지하고 있어 최종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23일에는 국회에 차기 대법원장 임명동의 요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마냥 박 전 대법관을 설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사정이다.

유력한 대안은 전수안 전 대법관이다. 여성 대법원장이 최초로 탄생하게 되는데, ‘상징성’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도 부합한다. 전 전 대법관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판으로 후배 판사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다만, 그가 공개적으로 박 전 대법관의 차기 대법원장 임명을 지지한 상황에서, 자신이 ‘대타’로 대법원장이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있다.

안정을 중시할 경우의 카드로 이인복(61·11기) 전 대법관도 거론된다. 개혁 성향의 판결과 소수자·약자·소외계층을 배려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일부 판사들이 그가 위원장을 맡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점은 약점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 김선수(56·17기) 변호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관 경력이 없는 점, 현 대법관들이 그에 대해 부정적인 점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한변호사협회의 대법원장 추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병대(60·12기) 전 대법관과 김용덕(60·11기) 현 대법관도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