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해운강국 코리아’ 꼭 되살아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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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스칼렛號’ 최후선장 이재원씨 인터뷰

법정관리 1년만에 완전 소멸
캐나다서 기약없는억류 ‘수난’
결국 파산… 채권자에 넘어가
“부끄럽지 않은 선장되려 노력”

“이름이 결국 바뀌었다고요? 아…”

17일 항해를 마치고 잠시 부산항으로 돌아온 전 한진스칼렛 호 선장 이재원(38·왼쪽 사진) 씨는 자신과 한 몸이었던 선박의 소식을 듣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외신은 덴마크 선사 머스크라인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최후의 선박 한진스칼렛 호(오른쪽)의 이름을 머스크 이요(MAERSK IYO)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한진스칼렛호의 명칭이 바뀌며 ‘한진’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선박들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년 만에 모두 사라졌다. 한때 업계 4위까지 올라갔던 한진해운이 업계에서 완전히 소멸한 것이다. 한진해운 최후의 배를 운항한 마지막 선장이었던 이 선장은 “세계 어느 항구에 가도 한진 배지만 달고 있으면 해운계에서는 다들 알아줬다”며 “오랜 역사와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던 해운사가 사라진 것은 아직도 아쉽다”고 말했다.

한진스칼렛호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던 법정관리의 수난사를 고스란히 함께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한진스칼렛호는 현지 터미널 운영업체에 하역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캐나다 BC(브리티시컬럼비아)주 프린스루퍼트항 인근에 가압류됐다. 용처가 결정될 때까지 루퍼트항 인근 해상에서 기약 없는 ‘억류 생활’을 해야 했다. 이 선장은 전임자가 도중에 그만두면서 캐나다로 파견돼 남은 선원 15명과 배를 지켰다. 화물들을 채 내리지도 항구에 입항하지도 못한 채 바다 위에서 대기하는 불안한 시간이 계속된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가 파산이라는 최악의 방향으로 가게 되면서, 이 선장과 선원들은 해를 넘겨 지난 1월까지 해상 생활을 하게 됐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위축된 상태에다 평소에는 쓰지 않던 비상 연료까지 사용해야 하는 고난의 시기였다. 이 선장은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육상 근무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식량 등 생필품들을 배로 보내주며 도와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한진스칼렛호는 채권자들에게 넘어갔다. 이 선장은 새로 생긴 SM상선으로 이직해 새 배에 승선했으나, 그렇지 못한 직원들이 아직도 여럿이다.

이 선장은 “새 바람이 생겼다”고 했다. “퇴직하기 전에 한국이 다시 세계적인 해운 강국 소리를 듣는 것”이란다. 이 선장은 “능숙한 숙련자인 데다 좋은 교육까지 받은 고급 인력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 같다”고 말했다. 전화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출항에 나선 이 선장은 “이름이 바뀐 한진스칼렛호를 다시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선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