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공포>사고 터져야 현장조사 … 식약처가 키운 ‘공포’

“20년 전 기준으로 안전검사
괜찮다 발표해도 사용 안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원료로 만들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릴리안 생리대를 제조한 ‘깨끗한나라’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다. ‘깨끗한나라’는 릴리안을 비롯해 아기 기저귀 브랜드 등에 ‘식약처에서 허가했다’는 문구로 안전성을 강조해 왔다.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부작용 증세를 호소한 한 여성은 “식약처에서 허가했다는 문구를 보고 믿고 사용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민의 생활과 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사면초가’ ‘고립무원’에 빠졌다. 최근 잇단 먹거리 파동을 거치면서 누적된 국민의 불신 때문이다. 식약처는 25일 생리대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지만 이 역시 ‘뒷북 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생리대 피해 사례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보고돼 왔다는 점에서다. 식약처는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생리대 제조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체 위해성이 확인될 경우 기준 마련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여성환경연대 측은 “식약처의 생리대 품질검사가 20여 년 전 기준이라 검사를 마친다 해도 안전하다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설상가상 류영진 식약처장은 전문적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사태의 책임까지 직원에게 떠넘기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류 처장에게 경고했을 정도다.

식품 안전문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경험한 탓에 대안을 찾는 사람들의 불안감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생리대 대안으로 생리컵을 찾는 소비자들이 “식약처 조사 결과, 안전하다고 발표를 하더라도 이제 믿을 수가 없어 불안하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황모(59) 씨는 “유럽산 햄·소시지로 인해 E형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는데,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해도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