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硏, 특허출원에 5년간 1121억원 쓰고도 활용률은 고작 ‘30%대’

이은권 의원 관련자료 공개
“특허 유지에 年300억 혈세”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매년 특허출원에 수백억 원을 쓰고도 활용률은 고작 30%대에 그쳐 ‘특허를 위한 특허’ ‘연구를 위한 연구’에만 매달리는 실적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은권(자유한국당·대전 중구) 의원이 최근 5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소의 보유특허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특허 출원은 19만5539개로 특허출원에 사용된 비용만 약 1121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총 특허 출원 중 약 66%인 12만9558개의 특허가 쓰지도 않은 채 그대로 사장되는 데다, 오히려 이를 유지하는 데 연간 약 300억 원의 혈세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공공 연구·개발(R&D)의 핵심축을 담당해야 할 출연연들이 그야말로 ‘연구를 위한 연구, 특허를 위한 특허’에만 매달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연구소별로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특허 활용률이 55%로 가장 높았으며, 반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7.7%로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1%, 한국표준과학연구원 15.2%, 국가핵융합연구소 16.4%, 한국천문연구원 16.7%, 한국과학기술연구원 16.8%, 한국식품연구원 17.4%, 세계김치연구소 18%, 한국지질자원연구소 18.5% 등 대부분 10%대에 머물렀다.

이 의원은 “일부 연구기관의 경우 특허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50%를 넘는 곳은 단 한 곳으로 활용률 저조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용하지도 못할 실적 위주의 특허를 개발하고, 그에 따른 특허유지비용으로만 매년 수십억 원씩 지출하며 혈세를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기정통부가 보유한 특허와 우수한 기술을 통해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사업화를 위한 역량 강화 지원을 통해 확실한 사업화 전략을 수립해 해당 출연연들의 특허와 기술들이 더 이상 사장되지 않고 적시에 활용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