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양대지침’ 공식 폐기>노동유연성 83위 韓 ‘노동개혁→고용증대’ 물건너갈 위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단호한 표정의 고용부 장관 김영주(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 열린 전국기관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강성노조 ‘철밥통’ 더욱 공고화
‘과소채용’ 상시화·고착화 우려
노동 유연성이 반드시 필요한
4차산업혁명 대비도 어려워져

문재인 정부가 25일 밝힌 양대지침 폐기 방침은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요약되는 노동 개혁 후퇴는 물론,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도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노동 안정성만 강조할 경우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기득권층에 대한 과보호 문제를 낳고, 노동 경직성 때문에 과소 채용의 구조화·상시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같은 정부 부처가 새 정권이 들어선 뒤 180도 선회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던 노동개혁의 핵심인 양대지침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는 일반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 과보호에 따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대지침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당시 고용노동부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이번에 양대 지침을 폐기하면서 정부도 과거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이렇다 할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 유연성 약화는 기존 거대 노조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는 제도권에 들어선 강성 노조원들의 ‘철밥통’을 더 공고하게 하는 대신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고용 절벽만 높아진다는 의미다. 과소 채용의 구조화는 다시 청년실업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악순환을 낳는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3.1%였던 한국의 실업률은 2016년 3.7%까지 오르며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성태윤(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경기회복이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 상황이 오래 유지된 데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노동시장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는 국가경쟁력 확보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근무형태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스위스 유니언뱅크(UBS)의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9개 조사대상 국가 중 83위로, 미국(4위)·일본(21위)·독일(28위) 등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37위)보다도 낮은 위치에 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진전시켰던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날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