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막지한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 이사회前 진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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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인터뷰
“온갖 압력에 옛여권 이사 사퇴”
정부 내주 보궐이사 임명할 듯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구여권 추천 이사들이 연이어 사퇴하며 고영주(사진) 방문진 이사장도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진퇴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과 MBC 노조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과 경영진의 교체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이사장은 1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법·폭력적인 압력의 결과로 옛 여권 이사들이 사퇴했다”며 “이제 내가 진퇴를 결정하든 안 하든 이사회에서 경영진 교체 건이 처리될 텐데 그 이전에 내가 (사표를) 언제 내느냐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지막지한 정권이 법도 없고, 그야말로 인민재판 혁명위원회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방송 장악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다”며 “여당의 언론 장악 문건대로 진행되고 있다. 우파 정권이라면 그런 문건이 나오면 숨기기 바쁠 텐데, 이 정권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언론노조는 MBC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정권의 뜻을 따르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도 권력의 지침대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방문진의 구여권 추천 이사인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가 사퇴한 후 18일에는 목원대 총장을 지낸 김원배 이사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3년 12월 보궐 이사로 임명된 후 2015년 8월 재임명된 김 이사의 공식 임기는 2018년 8월까지다. 두 이사의 사퇴로 방문진의 이사진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은 여권 추천 이사 6명, 야권 추천 이사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사퇴한 두 이사 자리에 관행에 따라 현 여당이 추천권을 행사하면 구여권 추천 이사 대 현 여권 추천 이사 비율이 4대5로 역전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의결정족수를 ‘재적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규정한 방문진 정관에 따라 김장겸 MBC 사장과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게 된다.

방문진 사무처는 김 이사가 공식 사퇴서를 제출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궐 이사 선임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주 중 방통위의 후임 보궐 이사 임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