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이형 탈퇴 당시 어색한 침묵들… 뮤지컬에 대사로 옮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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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동물원’ 올리는 ‘동물원 멤버’ 박기영 음악감독

“(김)광석이 형을 홀로 보내고 딸 서연이의 일도 오랜 기간 모르고 있었다는 데 대해 친구로서 죄책감 같은 게 늘 남아 있죠. 최근 불거진 이슈들로 대중이 김광석이라는 이름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김광석이 속해 있던 그룹 ‘동물원’의 멤버인 박기영(52·사진)이 18일 김광석의 탈퇴 당시 상황을 그린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음악감독으로 막바지 작업을 하던 중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십 년 만에 뒤늦게 알려진 서연이의 사망 소식은 제게도 큰 충격이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고 부끄러웠다”고 입을 열었다. 박 감독은 “광석이 형이 숨지고 한두 해 지나면서는 서해순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뮤지컬이든 다른 공연이든 광석이 형이 쓴 노래 저작권 문제로 그분과 협의를 하는 자리 자체를 갖고 싶지 않았고, 다른 음악 하는 친구들도 서 씨와의 그런 자리를 많이 힘들어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달 7일 개막하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김광석이 데뷔 당시 7인조였던 그룹에서 1989년 탈퇴해 가수로 홀로서기를 하던 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김광석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고, 김광석도 본명이 아니라 ‘그 친구’로 지칭된다. 극 중 ‘그 친구’ 역은 가수 홍경민과 ‘히든싱어’ 준우승의 최승열, 배우 조복래가 맡았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과거의 감정들이 오히려 당시보다 더 적나라하고 날카롭게 되살아난다고 말한 그는 “동물원 1·2집이 차라리 성공을 안 했으면 서로의 입장 차가 드러나지도 않았을 거고, 다른 길을 가게 되지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회고했다. “멤버 대부분이 갑작스러운 앨범 성공 후 삶의 진로를 음악으로 정하는 게 맞는 건가 혼란스러워했는데, 이와 달리 광석이 형은 애초 평생 음악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길이 갈렸다”는 설명. 그는 또 “동물원 멤버들이 불만을 표현하고 다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광석이 형 탈퇴 당시 말보다는 표정이나 눈빛, 어색한 침묵을 주고받았다”며 “당시 말로는 안 했지만 했을 법한 얘기들이 이번 뮤지컬에서는 다 대사화돼 있는 것이어서 관객들이 더 직접적으로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최근 여러 이슈가 많지만 김광석이라는 이름이 천박하고 선정적인 이야기들에 오염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악 들어주시는 분들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감정 그대로 지켜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