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상학원의 리웨이 교수가 문화일보 창간 26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월 26일 중국 베이징 장강상학원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국, 일본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 리웨이 中 장강상학원 교수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듀크대 경영대학원(MBA) 조교수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 교수 △세계은행 고문 △장강 사례연구센터 주임
[인터뷰 = 박세영 베이징 특파원]
급격한 지대상승에 ‘자산버블’
금융위기는 시간의 문제일 뿐
리스크 파장 줄일 정책 준비중
IMF 위기 극복한 한국 보면서
中 등 주변 국가들은 교훈얻어
선제적 구조개혁 등 조정 필요
수익따라 흐르는 자본이 정상
亞국가들은 투자 받기만 원해
中서도 포퓰리즘 움직임 위험
習 2기, 위안화 국제화할 필요
자본의 출입 자유화해야 성장
한국과 제조업·문화 협력해야
“중국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위기 발생 위험을 통제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금융 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중국 경제는 자유화를 통해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중국 최초의 민영 경영전문대학원인 장강상학원(CKGSB)의 리웨이(李僞·53) 교수는 지난 10월 26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지인 둥팡(東方)광장에 위치한 CKGSB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 교수는 중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더 자유화되어야 하고 이를 되돌려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또한 한국과 관련해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빠르게 딛고 일어나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 정책 결정자들과 기업에는 매우 좋은 모범 사례”라며 “중국 경제의 개방이 다른 이유에 가로막혀선 안 되며 장기적으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의 인접 국가들과 경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마치고 시진핑(習近平) 체제 2기에 들어섰다. 올 들어 중국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를 단·중·장기적으로 전망해 달라.
“장·단기적으로 말하자면 금융 위기 우려는 크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거품의 붕괴나 폭발이라든지 금융 리스크가 터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중기적인 전망이다. 오늘은 통제 가능하고 정책적인 수단이 충분하지만 이런 정책적인 수단이라는 것은 영원하지도, 무궁하지도 않다. 그러면 언젠가는 수단이 부족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고 그럴 경우 오히려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충분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미루고 현재의 위기 가능성을 막는 데만 급급하다면 폭발할 확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중국 대부분의 정책은 매우 실질적인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시야에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처방은 적다.”
―구조적인 문제는 뭐가 있나.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 결정 층에서 인식이 충분치 않은 점이 있을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등지의 주택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최근 수년 동안 지대가 급상승한 것이다. 생산 요소 중 지대가 급등하면 전체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생산 주체의 이윤율이 낮아진다. 이는 기술의 진보로 생산성을 높여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지대 상승이 너무나 급격하다는 점이다. 기술의 진보와 임금의 상승 등이 모두 지대의 급등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그 비용은 소비자와 기업에 전가된다. 현재 중국은 과잉 생산 문제에 부닥쳐 있다. 정상적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과잉 생산된 부분이 가격을 낮추면서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높아진 비용 때문에 가격을 내릴 수도 없다. 비용이 높으니 이윤이 떨어지고 부채를 갚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토지를 가지고 차입을 받는 것은 지방 정부의 가장 큰 수입원이기 때문에 금융 위험이 높아진다. 대형 금융사 한두 곳만 문제가 발생해도 순식간에 번지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많은 방법으로 금융 리스크를 통제한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정책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구조조정을 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손대기 어렵고 추진 동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시장의 효율과 상관없이 권력이 강한 쪽이 살아남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왜 문제가 크지 않나.
“장기적으로, 20년 이상을 볼 때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큰 방향에서 중국은 경제 발전의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내놓는 정책이 얼마나 좋은지가 아니라 정부가 개인과 기업에 리스크를 지고 창업하도록 얼마나 더 장려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는 알고 있다고 본다.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가 발전한 가장 큰 이유는 기업과 개인에게 과거에는 없었던 경제적인 자유를 준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인프라에 투자해 경제를 끌어올린 점이 효과는 있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 자유의 확대다. 이는 경제가 발달한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유럽이나 미국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중국의 미래는 자유를 늘리는 데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때에 따라 다른 의식 행태, 예를 들어 포퓰리즘 등의 요구에 따라 약간의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본다.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에 자유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국제 투자나 무역 부문 등 아직 확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으면서도 거의 유일하게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다. 해외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는데.
“중앙은행장인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人民)은행 총재도 금융 붕괴 위험에 대해 최근 경고했듯이 내가 보기에도 중국이 금융 리스크를 완벽히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자산 버블이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금융 위기 없이 지나갈 수는 없다. 현재 시진핑 정부가 주장하는 ‘삼거(三去·세 가지를 제거 혹은 최소화)’는 ‘취강간(去강杆·레버리지 최소화)’ ‘취찬넝(去産能·과잉생산설비 해소)’ ‘취쿠춘(去庫存·과잉 재고 해소)’이다. 이 같은 정책은 위기 발발의 가능성과 그 파급력을 낮추려는 정책적인 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기적으로 봤을 때 금융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따라서 외자 기업이든 중국 기업이든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해 전략을 잘 짜 놓아야 한다. 이미 금융 부문에서는 적극적으로 리스크에 대비한 정책들이 실시되고 있다.”
―‘공급 측 개혁’은 중국의 위로부터의 구조 개혁이 아닌가. 해외에서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시장에서 이뤄진다.
“1997년 외환 위기를 아시아 여러 국가가 겪었지만 결과는 다 달랐다. 태국의 경우 경제 성장 위기 전과 후의 경제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산업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를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당시 한국의 정계와 한국인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이겨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는 많은 효과가 있었다. 중국은 한국 등 다른 주변 국가들의 위기와 위기 극복 과정을 지켜보며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경제 위기를 겪기 전에 미리 조정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조정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한 지도층과 사회 전체적인 강력한 컨센서스가 있어야만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의 집값은 많은 중산층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다. 위기가 아닌 시기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에 손을 대 위기 전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실제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저우 총재는 위안화 국제화와 외환시장 개방을 주창해 온 자유주의자이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외환시장 개방에 대해 보수적으로 변한 것 같다. 중국의 외환시장 개방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나.
“저우 총재는 개혁파이자 자유태환, 외환의 자유 진·출입을 주장하는 개혁파다. 그러나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자본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은 좋은 것이고, 갑자기 빠져나가는 것은 나쁘다는 인식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무역 흑자를 원하고 외자 투자를 들이길 원하나 해외에 자본을 내보내는 것은 애국이 아니라는 관념이 있다. 동아시아의 도덕관념에 따라 돈에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그 인식이 더 심하다. 하지만 현대 자본은 거기가 어디든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가는 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개혁파들이 개혁하려 하지만 빠르게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인민들뿐 아니라 많은 국가 지도자들의 인식이 그렇다. 심지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이 겉으로는 개혁 개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현상도 나타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도 그렇지만 중국 내에서도 포퓰리즘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누구든 단위 시간 1시간을 일해서 더 좋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무조건 수출이 수입보다 좋다는 인식은 버려야 하고 자본의 출입도 더 자유화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다소 공황이 발생했다. 이 배경 중 하나는 중국 중산층의 부가 월급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과거에 샀던 집이 가격이 올라서 자산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은 자산 가치 폭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갑자기 집을 팔아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바로 강력한 통제에 들어갔고 그게 유효했다. 저우 총재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자본 계정을 자유화할 시기는 바로 위안화 가치가 더 안정적으로 오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개방은 어느 나라도 순탄하지 못했다. 시진핑 2기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더 추진하는 것이다. 안에서 넘치는 자본을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위안화 국제화인데 자본이 나간다는 말은 듣기에 안 좋으니 ‘위안화 국제화’라고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도 자본의 ‘쩌우추취(走出去·해외로 진출한다)’ 아닌가. 그런데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이 바로 위안화 국제화에 부합한다. 자본이 발달한 국가로 가는 것도 있지만 낙후된 지역에 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감안해야 할 점이 있다. 한 가정이 못 사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국가의 경제가 낙후한 것은 분명 국가 운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낙후한 국가에 가서 투자를 하는 것은 좋으나 낙후한 거버넌스의 변화가 없다면 투자를 해도 경제 발전을 이끌지 못한다. 이 같은 작업이 잘 이뤄진다면 리스크가 큰 만큼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는 수익도 클 것이다. 성공한다면 성장률이 낮은 서방의 선진국과 성장률이 둔화되어가는 중국 대신 이들 개발도상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방대한 젊은 인구들이 제대로 생산 인구에 편입되고 이들이 중산층을 형성한다면 그 과정에서 세계 경제는 큰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중국인들의 생활은 최근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불편한 점도 많다. 앞으로 중국은 어느 분야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할까.
“중국인들이 부유해졌고 중산층이 급증했으며 인터넷 시대를 건너뛰고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맹목적 애국주의나 인터넷 정보의 통제, 그리고 환경 부문 등 불편한 점이 있다. 최근 불고 있는 포퓰리즘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일고 있다. 이는 세계화 과정에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본다. 중국 역시 부의 격차가 극심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더욱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도 힘써야 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한국과 관련해 가장 강력한 이미지는 외환위기 이후 아주 빠르게 위기에서 빠져나왔을 뿐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를 업그레이드해 선진국의 대열로 진입한 것이다. 부자유에서 자유로, 비민주에서 민주로 발전한 부분은 중국 미래의 발전에도 좋은 길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중국의 이웃 국가이고 문화적으로도 통하는 부분이 많다. 이런 이점을 살려 중국의 큰 시장을 활용할 수 있고 양국은 제조업뿐 아니라 문화 산업 부문에서도 협력하기 쉽다. 양국이 문화·경제·정치 분야에서 교류하며 우호적으로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 최종적으로는 중국이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대만이나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과 함께 다른 문제들을 딛고 넘어 서로 시장을 개방하고 자본과 인력 등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통합된 경제체를 이루길 바란다. 물론 이는 장기적인 평화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유럽의 경우 너무 빠르게 추진했고 정치적인 부문까지 엮다 보니 문제가 나타난 점이 있다. 정치 부문은 서두르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실정에는 더욱 맞는다고 본다.”
베이징 = 글·사진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