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의 필살기 ‘폭발적 스타트’… 점점 더 빨라진다

스켈레톤 월드컵 2~4차 우승
올 스타트 최고기록 ‘4초 50’
라이벌인 두쿠르스보다 빨라

추진력 얻기위해 몸무게 늘려
탄력 좋은 하체는 최대 강점
홈 트랙 이점 살리면 金 가능

윤성빈(23·강원도청·사진)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윤성빈은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 2차 합계 1분 46초 18로 2위를 차지했다. 라이벌인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가 1분 46초 03으로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두쿠르스의 월드컵 2번째 우승. 두쿠르스는 월드컵 1차와 5차, 윤성빈은 2∼4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IBSF 랭킹 1위는 윤성빈.

월드컵 5차 대회가 열린 인스브루크 트랙은 라트비아 출신인 두쿠르스에겐 안방과 같은 곳이다. 썰매 종목은 대회가 열리는 트랙의 경험이 많은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전 세계의 트랙은 길이, 커브 수, 커브 난도 등에서 똑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인스브루크 트랙을 훤히 꿰뚫고 있는 두쿠르스는 2009∼2010시즌부터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7차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성빈은 부족한 트랙 경험을 스타트로 만회하고 있다.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두쿠르스에게 한 차례도 스타트에서 밀리지 않았고, 9차례 스타트에서 전체 2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윤성빈은 월드컵 2차 대회 1차 시기에서 스타트 1위를 찍은 후 월드컵 3차 대회까지 4차례 주행 모두 스타트에서 정상을 지켰다. 4차 대회에서는 기상 악화로 다소 흔들렸지만 2위를 유지했고, 5차 대회에선 2차례 모두 스타트에서 1위를 탈환했다. 윤성빈은 최정상급의 스타트 실력을 바탕으로 월드컵 2, 3, 4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썰매 종목의 스타트는 육상 100m처럼 전체 레이스를 좌우한다. 스타트에서 탄력을 받으면 받을수록 추진력이 살아나 레이스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윤성빈이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작성한 4초 50은 올 시즌 스타트 베스트 기록이다. 두쿠르스의 시즌 최고인 4초 56에 앞선다. 트랙을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53초대란 점을 고려할 때 무시하지 못할 차이다.

178㎝의 키에도 제자리에서 점프해 농구 골대를 잡을 정도로 하체 탄력이 좋은 윤성빈은 고교 3학년이던 2012년에야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엘리트 스포츠 경험이 전혀 없는 윤성빈이었기에 처음에는 두쿠르스를 쫓아가지 못했지만, 기술을 갈고닦아 1인자였던 두쿠르스를 앞서는 데 성공했다.

윤성빈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 75㎏이던 몸무게를 90㎏까지 늘렸다. 지난 9월에는 하루 8차례나 주행 훈련을 소화하며 이를 갈았다. 보통 하루 2∼3차례 주행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크게 지친다.

그리고 윤성빈은 평창동계올림픽 홈의 이점을 안고 평창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 트랙을 안방처럼 드나들며 훈련할 수 있다. 조인호 스켈레톤 대표팀 감독은 “홈 트랙의 이점을 살린다면 윤성빈은 물론 제2의 메달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