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개인에 책임 미루고 정부 뒷짐… 화재 초기대응 잘못 인정하라”

유족대표단, 정보공개 청구
불법증축 허가 등 해명 요구

충북 제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27일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든 것은 모든 의혹과 문제점이 철저히 밝혀져야 국가의 사고 예방·구조 책임이 분명해지고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경찰, 소방합동조사단 등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족들이 직접 감시하고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유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하고,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까지 한 상태다.

유가족대표협의회는 이날 오후 제천체육관에서 유가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본격적인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해 비공개 논의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방 당국이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것을 지적하고, 건물에 대한 안전 점검이 미비했던 점과 함께 불법 증축이 자행된 건축물이 어떻게 허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명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도 선임해 참사 당시 정부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법적 조언을 구할 방침이다.

앞서 이들은 소방·시청 등 관계 당국에 출동 당시 소방지령과 해당 건물의 인허가 서류 등 참사 관련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당국으로부터 참사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전해 받지 못하면서 일부 유가족 사이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화마에 부인을 잃은 윤창희(54) 유가족대표협의회 법무분과 총괄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건물주와 관리인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며 “이번 일에 있어 국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며 뒷짐 지고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씨는 “우리는 책임자 처벌 같은 걸 원하는 게 아니다”며 “그저 솔직하게만 우리에게 말해주고, 화재 예방과 화재 발생 초기 대응에서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달라”고 말했다. 유가족대표협의회 류건덕(59) 대표 등 상당수 유가족도 구조 작업의 문제점 등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제천 = 이희권·조재연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