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랑어 ‘국내 양식 시대’ 개막>10년 시행착오 끝 ‘결실’…日보다 맛과 육질 뛰어나

  • 문화일보
  • 입력 2018-01-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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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경남 통영시 욕지도 홍진영어조합법인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직원이 양식 중인 참다랑어들에게 사료인 고등어와 전갱이를 뿌려주고 있다. 홍진영어조합법인 제공


- 통영 욕지도 홍진영어조합법인 양식장 첫 성공

2007년 가두리에 기르기 시작
태풍·적조 거치며 어망 등 보강
재작년 日서 치어 들여와 입식
25~30㎏짜리 6마리 시험출하

저수온서 자랄수록 몸집 큰데
욕지도는 日보다 수온 더 낮아
냉동 거칠 필요없어 맛도 좋아

대량 양식 가능 10여국에 불과
앞으로 年 1만 마리 출하 계획


새해를 맞아 고급 횟감과 초밥 재료로 인기가 높은 참다랑어의 ‘국내 양식 시대’가 마침내 열렸다. 맑고 깨끗한 남해 욕지도 앞바다에서 자란 참다랑어들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상업적 출하가 시작된다. 참치 양식 선진국인 일본보다 더 좋은 품질의 양식 참다랑어가 출하에 성공하기까지에는 10여 년에 걸친 한 양식법인의 도전과 시행착오, 우여곡절이 있었다.

2일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등에 따르면 홍진영어조합법인이 경남 통영 욕지도 양식장에서 16∼17개월 기른 참다랑어 6마리(25∼30㎏)를 지난해 11∼12월 서울 강남의 일식집과 도매업자 등에게 시험 출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 3만 원인 외국산 참다랑어보다 비싼 5만 원으로 값을 매겨 가격 경쟁력도 확인됐다. 홍석남(64) 홍진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참다랑어는 낮은 수온에서 자랄수록 육질이 좋은데, 욕지도의 겨울 수온은 10도 이하로 일본 북쪽의 13도보다 낮다”며 “저수온에서 자란 참다랑어는 상대적으로 색깔이 더 붉은 데다, 머리는 작고 몸집이 크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똑같은 치어를 가지고 길러도 욕지도에서 자란 것이 일본에서 자란 것보다 맛과 육질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그는 “수입 참다랑어는 냉·해동 과정에서 세포막이 터져 수분이 생기고 육질도 저하되는데, 국내 양식 참다랑어는 냉동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photo 지난해 12월 홍진영어조합법인이 양식해 시험 출하한 참다랑어를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 직원들이 손질하고 있다. 홍진영어조합법인 제공


참다랑어 양식 성공까지 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2007년 10월 법인(당시 회사명 인성수산)은 욕지도 정치망에 걸린 참다랑어 13마리 중 11마리(당시 3㎏)를 가두리에 넣어 길렀다. 이듬해 7월에는 추가로 걸려든 300마리 중 240마리(1∼2㎏)를 입식했다. 이들 참다랑어는 4∼5년 만에 몸집을 수십 배로 불렸으나 2012년 9월 몰아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파손된 어망을 뚫고 모두 사라졌다. 당시 몸무게가 2007년 입식분은 130∼140㎏, 2008년 입식분은 65∼80㎏에 달했다고 한다.

법인은 2012년 가을 추자도 인근에서 잡힌 치어(4㎏) 120마리를 욕지도로 가져와 길렀으나 2013년 발생한 적조로 대부분 폐사하는 피해를 봤다. 이후 2016년 8월 치어 1200마리(3㎏)를, 지난해 8월에는 치어 1500마리(3㎏)를 일본에서 차례로 들여와 입식했다. 지난해 말 시험 출하한 25∼30㎏짜리는 2016년 8월에 들여온 치어를 키운 것이다.

양식장 현장소장인 최찬섭(64) 씨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참다랑어 양식을 시도하다 보니 매뉴얼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태풍, 적조 등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많은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특히 “적조가 발생했을 때 어망을 어느 정도 깊이로 내려야 할지, 태풍이 왔을 때 어망과 닻줄을 어떻게 보강할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인 측은 올해부터는 서울의 호텔 등에 참다랑어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된 출하량은 제한적이다. 몸집을 더 키워 출하해야 상품성을 인정받고 수익도 더 나기 때문이다. 참다랑어는 무게에 따라 25㎏ 미만, 25㎏ 이상∼40㎏ 미만, 40㎏ 이상∼60㎏ 미만, 60㎏ 이상 등으로 구분되며, 몸집이 클수록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는다.

홍 대표는 “30㎏짜리를 40∼50㎏으로 기르는 데 1년이면 된다”며 “사료로 쓰는 고등어·전갱이값 등을 부담하고도 더 많은 부가가치가 생긴다”고 귀띔했다. 참다랑어를 대량으로 양식하는 국가는 현재 지중해 연안 국가, 호주, 멕시코, 일본 등 10여 개국에 불과하다. 법인 측은 장기적으로 연간 5000∼1만 마리의 참다랑어를 양식해 출하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만약 8000마리를 50㎏ 무게로 키워 출하하면 예상매출액은 2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대량 양식 및 출하 체제를 갖추려면 국내 해역에서 고등어잡이 그물(선망)에 걸려든 참다랑어 치어를 살아 있는 상태로 양식용으로 수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홍 대표는 “참다랑어 양식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런 기술을 어민에게 이전해 참치 양식 선진국에 진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통영=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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