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前-現 대통령 충돌>文, 대통령 명의 입장발표 지시…“정면으로 대응” 일부 강경론도

MB 성명 전후 청와대 분위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응 수위를 고심하던 청와대는 18일 정면대응으로 방향을 정했다.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고, 대야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강경 대응을 택한 것이다.

이날 오전 8시 10분 열린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 현안 점검 회의와 1시간 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 일일 현안보고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대응이 가장 큰 논의 주제였다. 청와대는 전날 일단 말을 아꼈지만, 이미 참모들 사이에서는 강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들 사이에서는 “혐의를 사실상 인정한 이 전 대통령을 당장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오전까지 이어졌지만, 대통령 보고 전까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기자회견 직후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다 회의에서는 정면충돌로 비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이 전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을 뉴스를 통해 접했지만, 이와 관련해 당장 참모들에게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입장 표명은 현안보고에서 참모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직접 발언 형식으로 언론에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언론에 보도된 이 전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기사를 꼼꼼히 읽어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정면 반박 브리핑은 이 전 대통령 기자회견 17시간여 만에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이뤄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회견 직후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상황을 정리해서 입장을 정하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참모들 사이에서는) 어젯밤에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됐고, 아침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