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앤티크 골프 이야기>8개의 공구로 만들던 가죽공 장인이 하루 최대 4개 만들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페더리볼 제작 공구

자연에서 주어진 것이 아닌, 인류가 최초로 제작한 골프공은 깃털을 넣어 만든 페더리 공이다. 사진 속 공구들은 가죽 공을 만들 때 사용하던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가죽 공의 연도가 고무 공이 발명된 1848년 이전이니 이 공구들은 적어도 170년 이전의 것들이다. 수백 년 전의 볼을 만든 장인들은 사진에서처럼 10가지도 안 되는 단 8개의 공구로 평생 수천 개의 가죽 공을 생산하기도 했다.

긴 꼬챙이 세트는 가죽 속에 거위 깃털을 쑤셔 넣을 때 사용됐다. 긴 송곳은 깃털이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도록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고 나무로 된 손잡이를 가슴에 대고 사용했다. 짧은 한 세트는 깃털이 채워진 가죽을 꿰매고 박음질하는 데 사용됐던 공구들이며 검은 가죽은 완성되지 않은 공을 쉽게 고정할 때 사용됐던 재료. 나무로 끝을 예리하게 깎은 역시 한 세트의 공구는 일단 숨이 죽은 깃털을 골고루 가죽 안에 공간 없이 채워지게 하는 공구이며 컴퍼스처럼 생긴 공구는 깃털이 채워진 가죽의 지름을 정확히 만들기 위한 캘리버이며 왼쪽 아래의 흰 캔버스 천 같은 것은 만들어지고 있는 공의 지름을 재기 위해 미리 잘라놓은 공구다.

장인 한 사람이 기껏해야 하루 4개 정도 만드는 것이 한계였는데 이 때문에 수백 년 전 공의 가격도 만만치 않아 왕족과 귀족 등 부유층만이 이 공을 사용했다. 현존하는 페더리 공들은 대부분 19세기에 만들어진 것들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공 하나에 수천만 원대다. 혹시 17∼18세기에 제작된 양호한 상태의 공이라면 수억 원은 쉽게 호가한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