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3% 성장 유지 첫 단추는 ‘기업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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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성장률이 3.1%로 발표되면서 우리 경제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2%대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지난 4분기 성장률이 0.2% 감소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올해 3% 성장률 목표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실제로 올해 우리 경제 앞에는 많은 난제가 놓여 있다. 미국은 우리 태양광 모듈과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결정했고, 다보스 포럼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약세를 공식화하면서 원화 환율 하락이 예상된다. 이러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정책은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주어 앞으로 3%대 성장률 유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대내적인 여건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비용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도 약해질 수 있다. 부동산 규제 강화로 건설 경기 또한 급랭할 것이 전망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침체가 우려된다. 3%대 성장률 유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해 투자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규제 강화와 법인세 인상으로 우리 기업들은 크게 위축돼 있다. 정부는 공정거래 강화와 병행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아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을 통해 국부(國富)를 증진시키는 주체다. 미국과 일본 모두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 투자를 늘리도록 하여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고 있다. 우리도 기업 중시 정책을 펴야 한다.

유연한 협상력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수출이 늘어나야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 비록 일자리는 내수가 만들지만, 수출이 늘어나야 소득이 증가해 내수 또한 회복될 수 있다. 대미 (對美)수출을 줄이기보다는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여서 앞으로 있을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환율의 지나친 하락도 막아야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 제조업 생산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보호무역은 물론 달러를 약세로 만들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려 한다. 환율 하락은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 수출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 당국은 환율의 지나친 하락을 막아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수출 기업을 격려해 수출 감소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설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건설경기는 다른 산업에 대한 연관 효과가 크고 비숙련 노동자의 고용을 늘려 내수를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빈곤층과 서민층 거주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은 아직도 취약하다. 서울 도심으로 출근하는 교통 인프라뿐만 아니라, 교육과 유통 등 보완해야 할 SOC가 많다. 당국은 재정을 이들 지역의 SOC 확충에 사용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내수를 늘려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대로 낮아진 성장률을 다시 3%대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당면 청년실업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줄일 수 있으며 확대되고 있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 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