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해설·강렬한 비트… 우리가 관중 응원열기 달군다

장내아나운서·DJ 열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엔 흥이 넘쳐흐른다. 종목별 경기장마다 전문 장내 아나운서가 자세하고 재미난 해설을 제공하고, DJ가 신나는 음악으로 관중석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리기 때문. 국제대회, 특히 스포츠의 축제인 올림픽이기에 장내 아나운서의 해설은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된다. 물론 음악엔 언어의 장벽이 있을 수 없고, 스포츠 특유의 박진감에 맞춰 몸을 들썩이게 하는 강렬하고 짜릿한 비트가 흘러나온다. 평창동계올림픽엔 모두 61명의 한국어, 영어 아나운서와 DJ가 경기장을 지키고 있다.

강릉에서 만난 사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 장내 아나운서인 캐나다인 다니 르메이(왼쪽) 씨와 박봉서(가운데) 씨, DJ를 맡고 있는 박한진 씨.

아나운서 박봉서
前 케이블방송 스포츠 캐스터
“금메달! 금메달! 원없이 외쳐”

아나운서 르메이
20대 중반까지 쇼트트랙 선수
은퇴후 금융인·해설자로 겸업

DJ 박한진
홍대 클럽촌 주름잡은 실력파
“열광적인 분위기는 처음 경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이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선 박봉서(34) 씨와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인 다니 르메이(47) 씨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박 씨와 르메이 씨는 쇼트트랙 전문 아나운서. 경기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마이크를 잡고 관중석을 향해 규칙을 설명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는 선수들을 소개한다. 열전이 펼쳐지면, 그에 맞춰 관중의 응원을 유도하는 등 능수능란하게 강릉아이스아레나를 달군다.

박 씨는 케이블방송사 스포츠 캐스터 출신. 박 씨는 1988년 열린 서울올림픽 육상 경기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2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박 씨는 “서울올림픽을 보면서 크면 아나운서가 돼 꼭 ‘금메달! 금메달!’을 외쳐보고 싶었다”면서 “지금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어릴 적 꿈이었던 금메달! 금메달!을 수없이, 원 없이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아랑(23·고양시청), 심석희(21·한국체대), 최민정(20·성남시청), 김예진(19·한국체대 입학 예정)이 호흡을 맞춘 여자대표팀이 우승하자 박 씨는 “대한민국 금메달!”을 우렁차게 외쳤다. “열심히 싸워준 대한민국 선수단에 열띤 환호와 박수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박 씨의 힘찬 목소리가 나오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2000명의 관중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기립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을 쏟아냈다.

르메이 씨는 2010년, 2014년에 이어 3번째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4살 되던 해 쇼트트랙을 시작해 20대 중반까지 선수로 활동했다. 은퇴한 뒤엔 금융인으로 변신했고, 쇼트트랙 전문 아나운서를 겸했다. 르메이 씨는 “선수로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아나운서로 밴쿠버, 소치,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면서 “강릉아이스아레나에 오는 관중들의 열기는 금메달감”이라고 말했다.

DJ 박한진(36) 씨는 2001년부터 홍대 클럽촌을 주름잡은 실력파.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춰 음악을 선곡하는 순발력이 탁월하다. 스타트부터 불꽃 튀는 자리다툼, 폭발적인 스피드가 연출되는 500m는 심장이 벌떡거리듯 빠른 비트,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1500m에선 긴장감 감도는 박자로 관중을 레이스로 끌어들인다.

경기 중엔 가사가 담긴 노래가 스피커에서 나올 수 없다. 단, 휴식시간은 제외. 박 씨는 휴식 시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고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K-팝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박 씨는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공연했지만 강릉아이스아레나처럼 열광적인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관중들이 즐겁게, 때론 진지하게 경기에 몰입하고 한국 선수들이 힘을 내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강릉 = 글·사진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평창에서 만난 사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스노경기장 장내 아나운서인 브레드 제이(왼쪽부터) 씨와 황건하 씨, 평창동계올림픽 유일한 외국인 DJ 마이클 나카가와 씨.

아나운서 제이
세계 유명 동계스포츠 전문가
클로이 김 우승이 가장 인상적

아나운서 황건하
올림픽후 LG스프링캠프 합류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있죠”

DJ 나카가와
경기전에 미리 선수 명단 확인
韓선수 나오면 싸이 노래 틀어

브레드 제이(53·미국) 씨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가 진행되는 평창 휘닉스스노경기장의 ‘명사’다.

제이 씨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장내 아나운서 중에서도 세계 정상급 동계 스포츠 전문가로 통한다. 제이 씨에겐 이번이 5번째 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전이 열린 20일 휘닉스스노경기장에서 만난 제이 씨는 “2014 소치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스노보드, 2004 그리스올림픽에선 야구 아나운서로 활동했고 2002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에서 전체 총괄 음악감독을 지냈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곤 미국대표팀 선발전의 아나운서를 맡았다”고 소개했다.

제이 씨는 또 익스트림 스포츠의 올림픽인 X게임,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아나운서를 거친 베테랑 중의 베테랑.

제이 씨는 지난 13일 재미교포 클로이 김(18·미국)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한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씨는 “클로이 김은 적수가 없고, 또 부모님의 조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출전했기에 중압감이 컸을 것”이라며 “클로이 김이 모든 걸 극복하고 금메달을 획득해 자랑스럽다”고 설명했다.

제이 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한국어 아나운서 황건하(30) 씨는 “제이 선배의 탁월한 지식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경지”라며 “그는 선수가 점프하는 순간 어떤 기술을 펼칠지를 미리 파악하고 해설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황 씨는 프로야구 LG의 장내 아나운서. 황 씨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LG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며 “올림픽 무대에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휘닉스스노경기장의 DJ 마이클 나카가와(42·미국) 씨는 15명의 평창동계올림픽 DJ 중 유일한 외국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DJ로 명성을 날렸다. 나카가와 씨는 “스노보드경기장엔 젊은 관중들이 몰리기에 힙합, 록 음악 등을 적절히 섞는다”면서 “경기에 앞서 미리 선수 명단을 확인하고, 선수의 특징에 맞춰 음악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한국 선수가 슬로프에 오르면 싸이, 씨엘 등의 톡톡 튀는 음악을 준비한다. 지난 14일 미국의 숀 화이트(31)가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 무대에 등장했을 땐 전설적인 록 밴드 메탈리카의 음악을 선정했다. 메탈리카의 웅장한 멜로디가 살아 있는 전설 화이트에게 잘 어울렸기 때문. 화이트는 우승으로 ‘보답’했다.

클로이 김은 독특한 스타일. 나카가와 씨는 “클로이 김은 자신이 직접 음악을 골라 자신이 경기할 때 틀어달라고 요청했다”며 “클로이 김은 멜라니 마르티네스라는 팝가수의 음악을 선곡했다”고 말했다. 나카가와 씨는 “클로이 김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평창에서의 경험은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 = 글·사진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