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화학 동원된 장비…컬링 승부는 물리학 싸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스웨덴과의 예선에서 김은정(경북체육회)이 신중하게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종합과학의 스포츠 ‘컬링’

얼음알갱이로 올록볼록한 빙판
스위핑으로 방향 · 속도 컨트롤

스톤은 강도 높은 영국 화강암
수분 흡수율 낮아 변수 최소화

미끄러운 테플론+촘촘한 고무
컬링용 신발은‘짝짝이’로 제작

컬링은 가장 과학적인 스포츠다. 경기 장비는 ‘요강’(스톤)과 ‘빗자루’(브룸)에 비유되지만 화학과 지질학적 지식이 동원돼 제작됐다. 또 물리학적 운동 변화로 승부를 가린다.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한국과 일본의 여자컬링 준결승전이 열린다. 숙명의 한-일전은 물리학적인 힘과 운동에너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정확한 스톤 투구와 순간적인 판단에 의한 스위핑에 따라 샷의 성공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힘보다는 정교함을 앞세운다. 따라서 세밀한 스톤 투구에 이은 스위핑의 강약 조절, 즉 투구와 스위핑의 조화에서 앞서는 쪽이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와의 예선에서 김영미(오른쪽)-경애 자매가 스위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컬링 일본과의 예선에서 대표팀이 브룸으로 스톤 투구 방향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컬링의 물리학, 힘과 운동=빙판을 닦는 브룸은 청소도구를 연상케 한다. 대걸레, 빗자루와 비슷한 형태지만 탄소섬유, 말총, 돼지털 등으로 제작되며 가격은 20만∼30만 원이다. 브룸으로 빙판을 닦는 것을 스위핑이라 하며, 스위핑을 통해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컬링 시트(빙판)엔 페블이라는 얼음 입자 알갱이가 뿌려져 있기에 표면은 스케이트용 아이스링크와 달리 매끄럽지 않고 올록볼록하다. 스위핑으로 인해 얼음의 표면 온도가 높아져 페블이 녹고, 이로써 얼음과 스톤 사이에 얇은 수막이 형성돼 스톤이 더 빠르게 미끄러진다. 스위핑은 스톤 이동에 방해가 되는 빙판 위의 먼지, 서리도 제거한다. 스위핑으로 스톤의 활주 거리는 3∼4m 연장된다.

스위핑에는 상상 이상의 힘이 동원된다. 한국스포츠개발원에 따르면 여자 선수들이 최대 속도, 최대의 힘으로 스위핑할 때 빙판에 가해지는 압력은 45∼46㎏에 이른다. 일반 성인 남성의 스위핑 압력은 20∼30㎏. 남자 선수의 경우 스위핑의 순간 압력은 최대 100㎏까지 나온다. 최대 45m의 거리를 한 엔드당 많게는 6∼8번씩 스위핑하는 선수들은, 경기에 따라 3㎞나 되는 거리를 스위핑할 수도 있다. 여자대표팀은 후보 김초희(경북체육회·164㎝)를 제외한 4명 모두 키가 150㎝ 중·후반이다. 신체 조건이 뒤지기에 여자대표팀은 체력 강화에 주력하면서 튼실한 어깨, 팔 근육을 길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미국과의 예선에서 대표팀이 미국의 스톤을 쳐내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노르웨이와의 예선에서 이기정(경북체육회)이 넘어지면서 신발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컬링의 지질학, 화강암의 가치=경기용 스톤은 스코틀랜드 에일사 크레이그 섬과 영국 웨일스 트레포 지역의 화강암으로 제작된다. 이 지역의 화강암은 강도가 높고,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疏水性)이 강하다. 잘 깨지지 않고, 수분 흡수율이 낮으면 얼음에 얼어붙거나 얼음 표면을 녹이는 현상이 적어져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영국의 케이스사는 에일사 크레이그 섬의 화강암으로, 캐나다의 캐나다 컬링스톤 컴퍼니는 트레포 화강암으로 스톤을 제작한다. 공식 경기에 사용할 수 있는 스톤은 이 두 종류뿐이다. 그래서 스톤은 개당 180만∼200만 원에 이른다. 경기에 붉은색 8개와 노란색 8개 등 16개의 스톤이 투입되니 총 가격은 최대 3200만 원 상당이다. 무게 17.24∼19.96㎏인 스톤을 목표한 위치까지 정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섬세한 힘 조절이 필수다. 스톤의 가속도와 관성, 스톤끼리 부딪쳤을 때 튕겨 나가는 방향과 세기 등을 예측해야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컬링의 화학, 짝짝이 신발=컬링용 신발의 한쪽 바닥은 미끄러운 테플론, 다른 쪽 바닥은 촘촘한 무늬의 고무 재질이다.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란 물질과 염산을 반응시켜 만드는 테플론은 1938년 듀폰사가 개발했다. 테플론은 고압력, 고열에도 변하지 않는 뛰어난 안정성 때문에 원자탄 제작이나 강한 복사열 실험 등에 사용됐다. 테팔이 테플론의 미끄러운 성질을 활용해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생산하면서 대중화됐다. 신발 밑창이 테플론이면 시트에서 잘 미끄러진다. 컬링 선수가 한쪽 신발을 빙판에 붙인 채 마치 ‘축지법’처럼 이동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건 그 신발 바닥의 테플론 때문이다. 신발 양쪽 바닥이 모두 테플론이면 미끄러워 스위핑, 투구를 할 수 없다. 양쪽 바닥이 모두 고무라면 투구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 입문자용 컬링 신발은 10만 원대부터, 선수용은 50만 원 수준이다.

강릉 =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