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드라마’ 선사한 태극전사들…“행복했습니다”

韓 ‘8-4-8’ 목표 어려울 듯
애초에 홈 이점 따진 ‘희망’
선수들 뜨거운 땀·열정·도전
그 자체만으로 국민들 열광

美 데이터업체 “韓 종합 7위”

22일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추가에 실패하면서 한국 선수단이 목표했던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종합 4위 달성은 어렵게 됐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라 홈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을 고려한 희망 섞인 목표였다. 목표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대표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22일 현재 한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9위에 올라 있다. 이날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000m, 남자 500m, 남자 5000m 계주에서 대표팀은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남자 5000m와 여자 1000m는 미끄러지는 불운 때문에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 500m에서 황대헌(19·부흥고), 임효준(22·한국체대)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은 종목 중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남녀 매스스타트와 여자 컬링이다. 3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더라도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한국 선수단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역대 최다인 7개 종목, 선수 145명이 출전했다. 대한체육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거둔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종합 5위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금메달 8개를 포함해 메달 20개와 종합 4위 달성을 명시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체육회가 다소 무리한 목표를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객관적인 전력 분석을 통해 목표를 설정해야 함에도 홈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이점을 강조하면서 희망과 목표를 혼동했다는 것이다. 체육회 임원은 “전임 체육회 집행부가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를 설정해 뒀고, 새 집행부는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기흥 체육회장이 2016년 11월에 취임했다는 점에서 변명으로 들린다. 대회 개막까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잡은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말이 된다.

홈 이점을 강조하면서 세운 목표는 대표팀에게 부담을 안겼다. 메달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전체 선수단이 거둔 성적(금 3개, 은 3개, 동 2개)에 버금가는 결과다.

충분히 선전했으나, 김선태 쇼트트랙 감독은 22일 경기가 끝난 후 “많은 국민이 응원해주셨는데 아쉬운 모습이 많이 나왔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취재구역에서 어두운 표정이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관중과 다른 선수들이 모두 떠나고 난 후인 오후 11시 강릉아이스아레나 빙판에 들어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야 비로소 웃음을 보였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선수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대를 걸었던 홈 이점도 크지 않았다.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제경기연맹은 ‘공정성’을 이유로 공식 훈련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것을 제한했다. 대회가 열린 경기장에서 한 연습 횟수나 시간은 우리나라 선수 역시 다른 나라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국민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22일 우리 선수들이 넘어져 금메달을 따지 못하게 됐으나 관중은 계속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한국 쇼트트랙의 힘은 열렬한 ‘팬심’이 원천”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지난달 30일 한국이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를 얻어 종합 7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레이스노트는 쇼트트랙에서 한국이 금메달 4개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릉=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