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試生 45만명 시대>“9급은 할만한 도전”… 공무원 권하는 사회에 끌려가는 靑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몰려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학원 강의실에서 수많은 ‘공시생’이 강의를 듣고 있다.

- ‘公試生 공화국’ 노량진은 지금

정부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에
학원가엔 전문강좌 신설 급증
‘4시간의 기적’ 등 公試 부추겨
30대 이상 직장인도 뛰어들어
인근 고시원 빈방잡기‘별따기’

“공공부문에 무게중심 쏠리면
국가 혁신·성장 동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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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공기업 전문 강좌를 새로 개설했다. 일반 사기업 입사를 준비하면서 공공기관도 함께 지원하려는 사람이 많아 상담,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

서울 노량진의 한 중형 고시학원을 운영 중인 A 원장은 최근 공무원 시험 준비반 강좌를 늘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공무원 채용 인원을 늘리기로 발표하면서 노량진 학원가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모집 광고물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과목별로 유명 강사들의 사진과 함께 ‘4시간의 기적’ ‘30점 올리기’ 등의 문구들로 공시생들을 겨냥했다. 경찰 공무원과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이 차례로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정부와 학원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 공채 지원자 수는 이미 45만 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9급 일반직 시험에 응시한 임지훈(26) 씨는 다음 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 임 씨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들을 졸업해도 모두가 대기업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데 그에 비하면 9급 공무원 시험은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할 만한 싸움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 말 예정돼 있는 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도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노량진역 맞은편에 위치한 11층 규모 대형학원에는 중등교원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20∼30명이 한 반에 모여 강의를 듣고 문제 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학원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중등 임용시험이 격전지로 급부상했다”며 “저출산으로 정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30대 중반의 수험생들까지 안정적인 교사가 되겠다고 뛰어드는 판국이라 앞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로구의 한 고시학원에서는 오후 6시가 되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준비생들도 있었지만 잠깐 저녁을 먹고 다시 들어가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면 끝나지만 학원은 오후 10시까지 자습을 할 수 있도록 강의실을 개방해 두고 있다. 5개월째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3) 씨는 “공무원 채용인원이 늘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도 많아졌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준비를 하는 등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시험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준비생들은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공공도서관에서 인터넷 강의로 시험을 대비했다. 양천구의 한 도서관 열람실에는 공시생들이 시험 서적을 쌓아두고 인터넷 강의를 2배속으로 돌려보거나 수험서에 필기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 강의로 시험을 준비하는 윤모(여·26) 씨는 “강의를 듣는 시간을 스케줄에 맞춰 유동적으로 계획할 수 있고, 학원 가는 시간도 아낄 수 있어 인터넷 강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학원 인근에 있는 고시원들의 경우 공시생들이 몰리는 기간에는 방을 구하기 쉽지 않다. 동대문구 신설동의 한 고시원은 인근에 간호직과 소방 공무원 준비학원들이 있어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시생이다. 고시원 관계자는 “지난주 시험을 치러 현재는 인원이 빠졌지만 이르면 5월부터 문의 전화들이 오기 시작한다”며 “준비생들이 몰리는 6∼7월에는 방이 없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못 받는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인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직자들이 공무원 쪽으로 몰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려스러운 현상”이라면서 “무게중심이 공공부문에 과하게 집중되면 혁신과 성장의 동력이 떨어지고, 국가적으로도 자칫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명진·이희권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