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 5대 정책 어젠다>정책결정 수혜자에 머물지 말고 ‘생산적 참여자’ 돼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맛있는’ 투표 독려 경북선거관리위원회가 17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복지관 앞에서 푸드트럭을 활용해 6·13 지방선거 투표 참여 독려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⑤ 주민참여<끝>

주요정당 10大 공약서 ‘홀대’
관련 제도 잘 갖춰져 있지만
아직 활용도·생산성이 문제

예산·사업 등에 영향 미치고
생산적 결론 도출로 이어가야
주민참여 끌어올릴 공약 시급

주민참여가 지방자치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음에도 그동안은 자치 행정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절차 정도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특히 6·13 지방선거에서는 주요 정당들이 주민참여 관련 공약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를 계기로 실질적인 주민참여, 그중에서도 생산적 참여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일보가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정당이 제출한 10대 공약을 분석한 결과 주민참여 공약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번째 공약인 ‘청정분권과 균형발전’의 한 부분으로 지방분권 및 주민참여 관련 내용을 담았다. 그나마도 지방분권보다는 균형발전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자유한국당은 10대 공약 안에 아예 주민참여 관련 공약이 빠졌다. 바른미래당도 이에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았다.

주민참여는 크게 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참정제도)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과정의 참여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참정제도는 주민투표나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참여제도로는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자체별로 다양한 시스템이 구비돼 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민참여 관련 제도는 잘 갖춰져 있다”며 “이 제도를 얼마나 활용하는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하는 활용도와 생산성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에서 1970년대 이탈리아가 지방자치제를 시작한 뒤 북부 지역이 큰 성공을 거둔 반면 남부 지역에서는 실패한 배경에 대해 시민공동체가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 행정과 시민사회가 협력 관계를 어떻게 맺었는지 등이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참정제도든, 참여제도든 결국 주민과 행정 간 매개체 역할에 불과하다”며 주민참여가 예산 배정이나 사업 시행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관계자는 “그나마 잘 알려진 참정제도 중 하나인 주민소환제도 실제로는 제대로 운용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은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금 연구위원은 “주민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주민참여 제도가 실제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지, 그 제도를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등이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며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시민의 요구가 있으니 제도는 만들어 놓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방법은 알리지 않는 식으로 사실상 제도를 무력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읍·면 단위까지 꾸려진 주민자치위원회 권한을 크게 늘리고 예산 집행 권한 일부까지 주는 것도 지방자치 발전에 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여 개 시민단체가 함께 꾸린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7년이 됐다”며 “정치권이 지자체 감사 기구의 독립성을 높이고 행정정보 공개를 보다 충실히 하도록 하는 등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공약을 내놔야 할 때”라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