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 취소” 발표 이후>美·北과 ‘전화중재’ 나서는 文, 운전대 다시 잡을까

대화채널 가동해 분위기 조성
“당사자들 진심은 변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 간 채널을 가동해 다시 미·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한·미 정상통화, 남북 핫라인 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이 상황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5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과 긴급회의를 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을 합의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 의지는 여전하다는 믿음을 나타낸 것이다. 강경파 참모들의 메시지로 인해 양측의 불신이 생겼다고 보고, 정상 간 대화 채널을 통해 다시 상황을 바꿔야 된다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통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최대한 이른 시간 내 통화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가 이뤄질 경우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양측에 정상 간 소통 채널을 권유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이끌어온 가장 큰 원동력이 정상들의 의지였던 만큼 정상 간 대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상황이 어려운 만큼 두 정상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서 긴밀하게 대화를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본인이 더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 참모들은 개별적 메시지를 자제하고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중재 역할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메시지 이후에도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 제1부상의 담화 전에 나왔지만, 모든 것이 다 녹아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5월 초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 이후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계속 지적했다. 중국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 것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시 주석과도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지난 3월 미·북 정상회담 합의 과정처럼 특사 외교가 다시 한 번 가동될 시기라는 아이디어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