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14國, 위안화 ‘준비통화’ 구축 움직임

MEFMI, 짐바브웨서 회의

앙골라·케냐·탄자니아 등
中과 투자·교역규모 늘어
대출상환 등 위안화 수요 급증
경제논리 내세워 변화 모색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중국 위안화를 ‘준비자산 통화(reserve currency)’로 구축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투자 및 교역 규모가 늘어나면서 미국 달러화 중심의 외환 보유에서 위안화를 대외 지급을 위한 준비통화로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31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아프리카 14개 국가로 구성된 ‘동남부 아프리카 경제·금융관리 협회(MEFMI)’는 29~30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회의를 갖고 위안화의 준비통화 사용 방안을 논의했다. MEFMI 회원국은 앙골라, 보츠와나, 부룬디,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짐바브웨 등이다. 시웰라 자다구 MEFMI 대변인은 “회원국 대부분이 중국으로부터 대출과 원조를 받았기 때문에 위안화로 대출금을 갚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치에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 대부분 국가가 외환보유액을 달러로 갖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교역도 늘어나면서 위안화 사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아프리카와의 무역에 ‘공동 통화’로 불릴 만한 역할을 해온 위안화를 포용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이처럼 위안화를 준비통화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중국이 2012년 이후 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유럽 등을 육상 및 해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교역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인프라 건설을 위한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면서 위안화의 힘도 덩달아 커졌다. 글로벌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총 투자 규모는 2004년 10억 달러에서 지난해 490억 달러(약 52조 원)로 급증했다.

시쥔양 상하이(上海)재경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교역 규모가 커지면서 위안화 결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나라가 위안화를 준비통화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의 무역 결제 비중을 높여가면서 단계적으로 투자통화, 준비통화로 확대해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위안화가 준비통화로 쓰인다는 것은 달러화만큼의 영향력, 안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