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美北 정상회담 이후>“20% 核폐기” - “완전한 非核化”… 美, 北제재완화 시점 혼선

美국무, 中방문서 원칙론 강조
트럼프 기자회견 언급과 달라

시진핑 “점진적 해결” 재천명
한반도 문제 中역할론도 강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북한 초기 조치에 상응해 제재가 조기에 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 폐기 20% 진행 시 회복 불능’ 발언과 맞물려 미국 내에서도 비핵화 시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사실상 단계적인 제재 해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중국 신화(新華)통신과 외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모두 한반도 문제가 구석을 빠져나온 것을 인정했으나 3개국은 북한 비핵화가 완결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미·중)는 적절한 시점에 제재 완화를 검토하기로 동의했다”면서도 “북한이 받을 제재 완화 및 경제지원은 전면적인 비핵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 제재 결의를 완화할 수 있는 ‘완전한 비핵화’ 시점에 대한 미국 내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차원에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후 제재 완화라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를 ‘완전한 비핵화’ 시점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 “핵 폐기가 20% 정도 진행되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나 핵물질에 대한 초기의 폐기 및 반출 조치가 확실하게 이뤄지면 ‘불가역적(irreversible)’인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한 시 주석도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둬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일보를 내디뎠다”면서 “한반도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반드시 순서를 따라 점진적인 과정을 거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맞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강조한 북한과 같은 입장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하면서 단계적인 대북제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들은 미·북 정상회담 성공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대북제재 해제 논의 공론화에 이미 불을 지핀 상황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최근 논평을 통해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를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하는데, 이는 제재 중단 또는 해제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 주석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견에서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은 계속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