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법제 한류’ 확산 물꼬 튼 MLIS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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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숙 법제처장

요즘 미얀마에서는, 얼마 전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K-팝의 인기가 높다. 또, 미얀마 정서에 잘 맞는다는 한국 드라마도 현지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문화의 영역을 넘어 행정과 경제, 일상 영역에서도 미얀마가 한국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됐다.

법제처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공적원조 사업으로 실시한 미얀마 법령정보시스템(MLIS) 구축사업이 끝나 지난달 24일 수도 네피도에서 론칭 행사가 열렸다. 법제처가 주최하는 아시아법제전문가회의(ALES)에 여러 해 참여해 온 미얀마는 한국의 성공이 법치를 통해 이뤄진 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법치의 인프라로서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령 정보를 국민에게 편리하게 제공하는 데 놀라며 자국에 구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시작된 사업은 지난 3년간의 작업을 통해 미얀마 현행 법령, 연혁 법령, 판례, 자치 법규 등 5000여 건의 정보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무원은 물론 누구에게나 무료로 시스템을 공개한 것은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인 사례다.

사업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어려웠던 작업은 법령 데이터베이스(DB)를 빠짐없이, 정확히 구축하는 것이었다. 미얀마는 그동안 통일된 종이 법령집조차 없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개정 때마다 스스로 종이를 덧대 가며 업데이트해서 책상 서랍에 보관하고 있던 문서들이 거의 전부였다. 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그들만 가지고 있던 정보를 외부에, 게다가 외국인에게 주는 것에 저항하는 공무원들부터 설득해야 했다. 어렵사리 수집된 문서는 법제 전문가들이 관보와 대조해 하나하나 정확한지 따졌다. 또, 입력할 때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3명의 입력원이 교차 검증했다.

현지에서 본 MLIS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시연을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클릭 한 번에 현재 법령과 과거 법령의 비교표가 밑줄까지 그어져서 나오자 감탄사를 연발했다. 미얀마 법무부 장관은 선진적인 시스템을 자랑스럽게 알리기 위해 다른 부처 장관들과 국회, 사법부 고위 관료를 대거 초청했다. 미얀마 정부는 신정부 들어 제1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법치’의 구현에 한 걸음 다가간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투명한 법 공개로 외국인 투자가 촉진될 것도 기대했다.

우리나라로서도 이 MLIS로 많은 것을 얻게 됐다. 현지에서 만난 미얀마 진출 기업과 로펌들은 현지 법령을 찾기 힘들어 어려웠다고 했다. 미얀마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루트가 없었다고 했다. 이번 출장에서 법제처는 미얀마 법무부와 MLIS 운영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운영위에는 한국 공공기관과 경제·법조인도 참여해 MLIS의 지속적인 발전 방안과 더불어 미얀마 법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이미 미얀마 정부는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한국의 법제와 법제 행정을 경험하고 이의 전수를 원하고 있다. 운영위를 통해 한국 법제의 이식 기반도 마련될 것이다.

또, 이번 사업으로 한국의 법령정보 관리 능력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 다음으로 중앙아시아 중심국가인 몽골과 협력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한다.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와 MLIS 구축을 포함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의 통상 영토를 확장했듯이,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우리의 문화 영토를 확장했듯이, MLIS로 물꼬를 튼 ‘법제 한류(韓流)’는 대한민국의 법제 영토를 확장하게 될 것이다. MLIS는 미얀마를 거쳐 이제 전 세계로의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