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보수의 가치 수호 ‘현장성’ 높이라는 苦言 경청해야

보수정치를 대변해온 자유한국당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6·13 선거 참패가 명확한데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더니, 궤멸 수준의 패배를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내의 여전한 이전투구 행태를 보면서 국민은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국가 장래를 위해 견제 세력의 존재와 보수·진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애정 어린 고언(苦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어떤 정치 지도자가 나오더라도 쾌도난마 식으로 보수 야당(野黨)을 일거에 재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멀리 보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19일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 ‘보수, 어떻게 살릴 것인가’ 세미나에서 나온 제언들은 경청할 만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우선 한국당의 ‘칠거지악’을 열거했다. 새 인물을 키우지 못하고, 권력 사유화에 침묵하고, 국익을 돌보지 않고, 제대로 대안 제시도 못하고, 품격 없는 언행으로 국민 짜증을 키우고, 반성을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절벽, 청년실업, 원전 폐쇄에다 얼마 남지 않은 반도체 호황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때, 중산층이 무너지고 진보 진영이 교육 평준화와 무상급식으로 환호를 살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성장의 그늘을 치유할 대책, 강한 안보 방안도 주문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민간주도 시장경제라는 보수 이념을 복기(復棋)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지만, 보수정치 재건 출발점을 ‘현장성’에서 찾자는 접근법은 신선하다. 서로 손가락질할 시간과 에너지를 현장에 투입해 실력을 보여주는 ‘적극적 역량’이 중요하다. 시위나 떼쓰기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내부 파워게임에서 탈피해 국민과 공감하는 이런 경쟁을 통해 지도자가 부상하고, 더 좋은 정책도 만들어진다. 현 정권 행태를 보면 ‘현장’은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