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핵심공약 ‘경기 지역화폐’ 실효성 논란… 市·郡 화폐와 상충

지역 쏠림 우려도

강원도서 지역화폐 충돌 先例
상권 몰린 지역만 혜택 볼수도

11개 市·郡 화폐와 중복 우려
정부도 광역단위 유통 부정적
인수위“지역별 의견 적극 수렴”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이 지역 화폐 정책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한 공약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광역 단위 지역 화폐가 나오게 되면 이미 발행 중인 시·군 단위 지역 화폐와 유통 영역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통용 범위가 넓어져 도내 일부 거점지역에만 자금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 화폐의 경우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선 7기 경기지사직 인수위원회인 ‘새로운 경기 위원회’ 관계자는 21일 “이 당선인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도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전역에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이 당선인이 지난 4월 발표한 경제 분야 핵심 공약으로, 당시 후보 캠프는 이 당선인이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시 지역 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발행,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경기지사직 인수위는 지역 화폐 유통에 712억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경기도의 경우 성남과 안양, 안산, 시흥, 가평 등 5개 시·군이 지역 화폐를 도입했거나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고양, 부천, 광주, 양주, 안성, 과천 등 6개 시가 지역 화폐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군 단위의 지역 화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광역 단위의 지역 화폐가 별도로 발행되면 시·군과 경기도의 지역 화폐가 서로 경쟁을 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A 시 관계자는 “도 단위에서 도입한 지역 화폐는 ‘강원상품권’이 대표적인데, 강원 고성군에서 발행하는 화폐와 상충해 정책 효과가 반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통 범위 역시 경기도 전역으로 할 경우 경제 영역이 너무 광범위해져 소비가 편리한 일부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정부도 광역 단위의 지역 화폐 통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발간한 ‘고향사랑상품권 발행 및 운영 안내서’에서 “광역 지자체에서 상품권을 운영할 경우 지역 내 거점 지역에서만 상품권이 활성화돼 거점 지역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유발할 우려가 있고, 기초 지자체의 상품권과 사용처, 운영기관 등이 중복돼 경제적 효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사직 인수위 관계자는 “지역 화폐를 발행 중이거나 발행을 앞둔 시·군과 거버넌스를 구성해 유통 범위나 지원 방식 등에 대한 지역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