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하원 ‘종신연금’ 대폭 삭감… 연간 4000만유로 예산 절약

“바이 바이(Bye-bye)! 종신연금.”

단 하루만 의원직을 거쳐도 죽을 때까지 거액의 연금을 보장했던 이탈리아 하원이 12일 연금액수를 대폭 삭감하는 안을 승인했다. 월 4000유로(약 520만 원) 이상을 받는 일반인들의 이른바 ‘황금연금’도 대폭 깎을 예정이다.

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탈리아 하원은 전직 하원의원이 평생 받게 되는 종신연금 액수를 삭감하는 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내년 1월부터 약 1400명에 달하는 전직 하원의원들의 연금이 크게 깎이게 됐다. 집권당인 ‘동맹’과 함께 이탈리아 연정을 합작한 ‘오성운동’ 소속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은 이번 의원 연금 삭감으로 연간 4000만 유로(약 524억1200만 원)의 국가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직 의원들이 받는 연금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50% 이상 삭감된 전직 의원들은 매달 최소 1470유로(약 192만 원), 그 외에는 최소 980유로(약 128만 원)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종신연금 삭감을 밀어붙여 왔던 오성운동 대표이자 노동산업장관 겸 부총리인 루이지 디 마이오는 당 블로그에 “바이 바이! 종신연금. 오성운동은 불평등이 사라지는 정상상태(normality)에 대한 꿈이 현실이 되는 오늘을 이루기 위해 탄생했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오성운동 측은 하원의원 연금 삭감뿐 아니라 연금 개혁의 일환으로 황금연금으로 불리는 일반 국민들의 월 4000유로 이상 고액연금도 깎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반체제 정당으로 출범한 오성운동은 2013년 총선에서 원내진출한 이래 종신연금 축소 등 정치인 특권을 줄이는 것을 당의 주요 지향점으로 내세워 왔다.

한편 전직 하원의원 일부는 연금 삭감에 항의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며 실제 삭감 전까지 적잖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