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기말고사 시험지 빼낸 의사 학부모와 행정실장 입건

서로 공모해 고교 3학년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낸 학부모와 행정실장이 함께 입건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3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광주 모 사립고등학교 행정실장 A(58) 씨와 학부모 B(여·5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학교운영위원장인 B 씨의 부탁을 받고 지난 2일 오후 5시쯤 학교 행정실에 보관 중이던 3학년 기말고사용 시험지를 복사해 같은 날 오후 6시쯤 B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학교 기말고사는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치러졌다. 유출된 시험지는 국어, 고전, 미적분, 기하와 벡터, 생명과학Ⅱ 등 5과목이다.

경찰은 A 씨와 B 씨 사이에 금품이 오갔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여의사인 B 씨가 아들을 의대에 보내고 싶어 했으나 아들의 내신 성적이 기대보다 낮아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내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학교 3학년생들은 B 씨의 아들이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에 동급생들에게 힌트를 준 문제가 실제로 출제되자 시험을 치른 후인 지난 11일 시험문제 유출이 의심된다고 3학년 부장교사에게 신고했다. 학교 측은 B 씨 등과의 면담 결과 시험문제 유출 사실이 확인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학교 측은 시험지가 유출된 5개 과목에 대해 오는 17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