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비핵화 합의’→‘美·中·러 등 다자 체제보장’ 가나

푸틴 “北안전보장 참여 준비”

北이 먼저 비핵화 이행한 뒤
核보유국+韓 ‘P5+1’ 형태로
多者가 北안전 보장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핵 협상 프로세스에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분간 미·북 간 협상에 집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북 종전선언→북한 비핵화→다자 안전보장 체제로 이어지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컨센서스(의견일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핵 문제 종식을 매우 원하며 우리와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매우 확신한다”고 밝히면서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강화에 가장 미온적이었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이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진행 중인 북핵 협상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면서 대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이날 “비핵화 프로세스의 일부로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데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 체제 안전보장을 위한 협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미국·러시아가 2003년 시작했지만 2008년 검증 문제로 좌초된 6자회담과 유사한 형태의 다자 체제를 가동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보유국인 P5의 일원인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 검증·사찰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2016년 이란 핵 합의와 유사한 형태의 ‘P5+1(남한)’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 이 같은 제안을 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높다. 물론 북한의 진정하고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관건이지만 중국도 다자 안전보장 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잘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미·북 양자 협상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