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러 최정예 해킹조직과 연결고리 추적… ‘트럼프 탄핵’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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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조여오는 ‘뮬러 특검’

기소된 러 총정찰국 장교 12명
클린턴·민주당 자료 대량 해킹
‘DC 리크스’ 등 필명으로 유포

트럼프측서 요청했다면 탄핵감
은밀한 관계 밝히는 것이 관건
러와의 금융거래 여부 등 집중

공소장 미국인 이름 적시안돼
특검 ‘용두사미’ 될 가능성도

온라인상 가공의 인물인 ‘구시퍼 2.0’과 ‘DC 리크스’는 어떤 목적과 의도로 민주당 조직과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를 해킹해 자료를 유출했을까. 핀란드 헬싱키에서 지난 16일 열린 미·러 정상회담 하루 전인 15일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과정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보리스 알렉세이비치 안드로프 소령 등 러시아군 총정찰국(GRU) 장교 12명을 대선개입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뮬러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권은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이 29장의 공소장에 모아지고 있다.

◇GRU의 26155, 74455부대가 해킹

뮬러 특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번 러시아 게이트에는 GRU의 26155부대와 74455부대가 직접 관여했다. 26155부대는 모스크바 콤소몰스크, 74455부대는 키로바 스트리트에 위치한 러시아군의 최정예 해킹 전문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안드로프 소령 등은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2016년 4월부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민주당 의회 캠페인 위원회(DCCC),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의 네트워크와 컴퓨터, 개인 이메일을 광범위하게 해킹했다. 해킹된 자료는 무려 수만 건에 달한다. GRU는 애리조나에 서버를 두고 민주당 컴퓨터에 침입해 스파이 프로그램인 말웨어를 이식했다.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서버장비 구입과 도메인 사용액 등 9만5000달러에 달하는 모든 비용은 비트코인으로 지불됐다. GRU는 애리조나주에 서버를 두고 자료를 훔쳐 갔고, 다시 제3국의 미들 서버로 전송받아 최종적으로 GRU로 향하게 했다. 이 같은 방식은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해킹조직이 흔히 쓰는 수법이기도 했다.

◇해킹 자료의 유출 목적은

2016년 6월 15일 GRU는 해킹 자료를 갖고 인터넷에서 유출시키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 ‘구시퍼 2.0’과 ‘DC 리크스’라는 가공의 인터넷 필명을 동원해 “솜씨가 뛰어난 해커 그룹이 DNC 자료를 해킹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여기 수백 장의 서류가 있습니다. 정말 심각하군요. 그렇지 않습니까?”라면서 미끼를 흘렸다. 미국 정치권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바로 구시퍼 2.0과 DC 리크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는 물론 워싱턴 정계의 로비스트, 언론사 기자들까지도 관심을 나타냈다. 뮬러 특검은 공소장에서 “미국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한 명이 구시퍼 2.0이라고 알려진 해커에게 접근해 반대 당원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 구시퍼 2.0이 자신이 훔친 정보를 전송했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가 해커들과 주기적으로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자료에는 민주당 선거 후원자 목록에서부터 선거전략, 개인적 이메일 내용까지 다양한 형태였다. 심각한 정치공작성 내용은 공소장에는 적시되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GRU가 해킹한 정보를 전략적으로 인터넷에 유출시켜 클린턴 후보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명확한 연결고리는 없었다.

◇뮬러 특검 칼날 어디로 향하나

냉전 시대 미국과 대립했던 러시아는 미국민에게 여전히 잠재적 적국이다. 특히 지구촌에서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민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분노하고 있다. 특히 GRU의 해킹이 트럼프 캠프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은밀한 관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대선 캠프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 수시로 접촉했던 사실도 드러난 만큼 러시아의 해킹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뮬러 특검이 앞으로 파헤쳐야 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뮬러 특검은 수사력을 △트럼프 캠프 관계자와 GRU와의 구체적 접촉 내용 △반클린턴 후보 이미지 연출을 위한 공모 △트럼프 대통령 및 주변 인물과 러시아의 금융거래 여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뮬러 특검이 공소장에서 구체적인 미국 시민의 이름을 한 명도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의혹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은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은 뮬러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