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대북경협 ‘속도’… 경의선 연결 공동점검

점검단 ‘MDL∼개성’ 확인
韓美간 ‘제재 엇박자’ 우려

미국이 비핵화 협상 부진을 이유로 대북제재의 고삐를 다시 죄기 시작한 반면 한국 정부는 경의선 철도 북측 연결구간 남북 공동점검을 진행하는 등 대북 경협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 한국과장인 마크 램버트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25일 방한해 남북 경협 기업의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오전 황성규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을 단장으로 한 남측 점검단 15명은 경의선 육로로 방북해 군사분계선(MDL)에서 개성역에 이르는 경의선 북측 구간을 점검했다. 점검에는 김창식 철도성 부국장 등 북측 관계자 7명이 함께 했다. 남북은 앞서 20일 동해선 철도 북측 연결구간도 공동점검했다.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남북 연결구간 공동점검 결과를 토대로 역사 주변 공사와 신호, 통신 개설 등 후속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외에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 시설 개·보수, 동해지구 남북 군통신선 복원 등에 남북교류협력기금 44억여 원을 편성해 남북 교류 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와 달리 남북 경협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램버트 부차관보 대행이 방한하기로 하면서 방한 목적에 이목이 쏠린다. 램버트 부차관보 대행 방한 일정 중 눈에 띄는 부분은 26일 현대아산과 KT 등 남북 경협 사업에 참여 중인 기업과 함께 하는 간담회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국대사관 직원이 개별 기업을 방문해 사업 내용에 대한 설명을 청취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국무부 고위급이 방한해 경협 기업을 한데 모아 설명을 듣는 점이 다른 부분”이라며 “미국의 대북제재를 이들 기업에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칫 한·미 간 대북제재를 둘러싼 파열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남북 사업에 제재 예외가 필요하다”며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0일 유엔 안보리 브리핑 직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들은 (제재) 면제를 원하고, 어떤 나라들은 제재를 풀자고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 약속에 호응하는 것을 보기까지는 그럴 수 없다”고 제재 지속을 강조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