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소외아동 돕기 ‘솔선’에 장병들 동참… “나라 지키듯 꿈나무 지켜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성목(앞줄 오른쪽 네 번째) 해군 제7기동전단장이 지난 5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인근 해상의 대조영함 함상에서 열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와의 후원협약 후 참석자들과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최성목 해군 제독과 제7기동전단

해외파병때 기아 상황 목격
국내 복귀뒤 기부활동 시작
‘초록우산’과 해군 1호협약

하반기엔 어린이 사생대회
후원 마라톤대회 개최 예정
“나눔엔 이유가 필요 없죠”

지난 5월 8일, ‘21세기의 청해진’으로 불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이어도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해안에 정박 중이던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 함상에서 뜻깊은 행사 하나가 열렸다. ‘제주지역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지원 및 후원을 위한 협약’ 행사다. 제주 바다의 지킴이로, 9척의 구축함과 2300명의 장병을 두고 있는 해군 제7기동전단과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제주지역본부가 후원 협약을 맺었다. 재단과 해군과의 1호 후원 협약이다. 함상에 선 참석자들은 힘찬 구호를 외쳤다. 동시에 얼굴에는 보람과 긍지가 배인 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 행사는 ‘부드러운 파문’을 일으켰다. 60여 명의 장병이 어린이 돕기 후원에 팔을 걷어붙이는 성과로 연결됐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해상을 수호하면서도 취약계층 아동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자양분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다짐이 소중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올가을에는 해외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장병들을 중심으로 후원자가 더 늘 전망이다.

후원을 열성적으로 진두지휘한 이는 해군사관학교 43기로 임관해 제독에 오른 최성목(53·해군 준장) 제7기동전단장. 최 전단장이 후원 협약을 떠올리게 된 동기는 뭘까. 그는 “아이들은 두말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인데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어른들의 의무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해군이 아이들을 위하는 일에 가장 먼저 앞장서겠다는 생각에서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가슴 아픈 해외에서의 한 장면이 자리하고 있다. 소말리아에 두 번 다녀왔던 최 전단장은 해군에서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해외파병 경험이 많은 ‘백전노장’이다. 오래전 아프리카 파병 때 허허벌판을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마침 갓난아이를 안고 가는 초췌한 한 여인이 눈에 띄었다. 너무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차를 돌려 자신이 먹으려 했던 도시락과 물을 챙겨주려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 벌판에 어디선가 순식간에 나타난 엄청난 수의 아이들이 이를 낚아채 달아났다. 야단칠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남은 도시락이 있어 그 여인에게 전달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하더군요. 저희도 6·25전쟁 때 해외 원조를 받은 경험이 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세계 곳곳에 궁핍한 처지를 벗지 못한 채 어렵게 자라는 아이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시각이 바뀌었다고 할까요. 그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후원을 시작하게 됐죠.”

원조를 떠올리고 다시 자연스럽게 주변에 대한 기부의 필요성을 느낀 후 여러 복지단체를 통해 후원을 시작했다. 이번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의 후원은 나눔의 기쁨을 남몰래 느끼고 난 후 더 많은 장병에게 전파하자는 취지에서 세심하게 준비했다. 최 전단장이 팔을 걷어붙여 솔선수범했고, 이를 본 장병들이 자연스럽게 나눔에 동참했다. 이번 후원에 나선 제7기동전단의 이정호 주임원사는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가족 모두가 후원하기로 했다”며 “평소에도 인근 지역아동센터를 주기적으로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나눔만큼 좋은 유산은 없다’는 신념으로 후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의 자식사랑이 당연한 것처럼 이유가 필요 없는 게 나눔”이라며 “뜻깊은 곳에 쓰는 돈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웃음을 지었다.

최 전단장과 제7기동전단은 이처럼 소중히 모인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한데 모아 하반기에는 사생대회를 열고 많은 어린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계획이다. 또 장병 마라톤대회도 개최해 후원금을 마련, 나눔 활동에 쾌척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 전단장의 아프리카 경험은 그가 강한 투지로 무장한 해군 제독이면서도 가슴 한쪽에는 따뜻한 감성이 자리한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제7기동전단에 복무 중인 한 장교는 “기동전단의 규모를 고려하면 (최 전단장의) 업무가 상상외로 바쁘다는 점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다”며 “그런 와중에도 후원의 발판,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은 소외된 어린이, 아동에 관한 관심이 없이는 불가능한데 부하들은 그런 점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최 전단장은 이번 후원에 이어 지난 6월 말에는 제주민군복합항 김영관 센터 종합운동장에서 ‘민·관·군 바다 사랑 축구대회’를 주최했다. 강정마을 등 지역주민과의 유대 강화와 지역화합·발전을 위한 결속의 자리다. 이달 초에도 서귀포시 강정포구를 찾아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와 수목을 정리하는 환경정화 활동에 앞장섰다. 최 전단장은 지난 2011년 해군 청주함 함장으로 재직할 때는 자매결연을 한 청주시의 저소득 가정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후원식을 진행해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의 양태욱 팀원은 “최 전단장이 ‘제주지역본부에서만 돌보는 불우 어린이가 2000여 명에 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의견수렴을 거쳐 흔쾌히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며 “군 특성상 접근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진정성 있는 교감 때문에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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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